18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태 공사는 항일 빨치산 1세대인 태병렬 인민군 대장의 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태병렬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김일성 국가장의위원회 위원 등을 거쳐 1997년 사망했다. 태 공사의 부인 오혜선도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였던 오백룡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인척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명문가라고 할 수 있는 빨치산 가문 부부가 탈북해 한국에 입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 공사의 망명은 지난 1997년 미국으로 망명한 장승길 전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에 이은 19년 만의 최고위급 북한 외교관의 탈북이다. 특히 빨치산 2세대라는 점에서 그의 한국행은 북한 체제에 적잖은 심리적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번 태 공사의 망명에 분노하며 해외 파견기관들에 대한 검열 및 철수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도 나온다.
올해 집권 5년째 접어들면서 김정은의 공포통치는 극에 달했다. 올해 8월 현재 북한 당국이 공개 처형한 주민들은 6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김정은 집권 이후 연평균 처형 인원 30여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아울러 핵·미사일 실험에 혈안이 된 김정은은 인민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올해 미사일 시험 발사만 총 14차례 실시했다. 지난 5년간 발사한 미사일은 총 32발로,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 18년 동안 발사한 탄도미사일 16발의 2배 수준이다.
이번 태 공사의 망명 이전에도 김정은식 강압통치에 따른 부작용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최근 일부 고위 장성급 인사가 탈북했으며, 홍콩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18세 북한 수학 영재는 한국총영사관에 망명을 요청했다. 북한 주민들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여파로 외화벌이에 어려움을 겪는 김정은 정권이 상납을 강요하고 무리하게 노동력을 동원하자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통치방식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그런 과정에서 불만 세력이나 소외되는 세력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아버지 김정일이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이었다면 김정은은 직접 나서서 지도하고 강하게 지적도 하면서 내부 분위기 자체가 경직돼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태 공사의 망명을 김정은 체제의 균열이나 고위급 인사의 탈북행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교수는 “아직 균열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고 김정은 체제에서 인적교체가 이뤄지면서 권력에서 멀어지는 외교관들이 불안감을 갖고 간헐적으로 이탈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북한 엘리트층에 심리적 타격은 주겠지만 체제 균열에 영향을 미칠 정도까지는 아니다”며 “최고위급 인물인 황장엽이 망명했을 때도 북한 체제가 외관상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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