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의 뜨거웠던 도시문화 '소설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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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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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중앙도서관, 오는 11월 30일까지 '조선의 독서열풍과 만나다: 세책과 방각본'전 개최

'남정팔난긔'에 그려진 낙서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책주인은 보소. 이놈아 네 놈이 책을 세(貰) 주고 하는 것이 무엇이냐? 책세(冊貰)를 너무 과하게 받는구나!" 

놀거리와 볼거리가 변변치 않았던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특별한 재미를 주고 현실에서는 만나기 힘든 새로운 세상을 마음속에 그릴 수 있게 한 것은 바로 '소설'이었다. 당시 독서광들은 자신이 빌려온 책이 다소 재미가 없다고 느끼면 이처럼 책주인을 비난하는 낙서를 서슴지 않았다.

어디 이뿐이랴. "책 주인 보소. 이 개아들놈아. 이 책의 잘못된 글자와 낙서가 많으니 다시 보수해라."처럼 오자와 책의 상태를 지적하는 낙서를 하기도 일쑤였고, "책 주인은 개자식, 말자식, 도야지 자식, 까마귀 자식, 솔개 자식이라" "(남녀 성기 그림을 그려놓고) 책주인 부부" 등의 원색적인 비난도 퍼부었다.

 

이덕무의 '아정유고'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은 이처럼 '뜨거웠던' 18~19세기 조선의 독서 열풍을 전시회로 선보인다. 오는 11월30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전시실 1층에서 열리는 '조선의 독서열풍과 만나다: 세책(貰冊)과 방각본(坊刻本)'전은 오늘날 상업출판의 원류로 평가되는 방각본 소설을 중심으로 당시 새로운 도시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았던 '소설 읽기' 열풍을 조명한다. 

농업기술이 발달하고 상품 거래가 활발해지던 조선후기 전국엔 한양을 비롯한 상업도시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소설은 이곳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고,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각자 원하는 소설을 사거나 빌려보고자 하는 수요도 높아졌다. 돈을 받고 소설을 빌려주는 세책, 그리고 목판을 이용해 대량으로 찍어낸 소설 방각본의 탄생은 시대의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던 셈이다. 


 

'월왕전' 목판(순천 뿌리깊은나무박물관 소장)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전시는 △상업출판이 움트다 △소설의 열풍 속으로 △세책거리를 거닐다 △소설 대중화의 주역, 방각본 △딱지본의 등장, 세책점을 기억하다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관판본 위주의 조선시대 서적 출판이 민간의 그것으로 변화되는 양상, '전기수' 등 소설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등장은 당시 소설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또한 전시장에 재현된 세책점, 서울·전주·안성에서 각각 출판된 방각본과 목판 등을 통해서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소설을 어떤 식으로 접했는지 알게 해준다. 각기 다른 세 지역에서 간행됐지만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춘향전'을 비교해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임원선 관장은 "요즘 젊은이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책에서 차츰 멀어져가는 것같아 안타깝다"며 "200년 전 상업적 출판과 유통의 맹아를 싹틔웠던 세책과 방각본을 통해 옛사람들의 독서열풍을 되새겨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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