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빅데이터가 금융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 웰스파고은행이 지난 2014년 말 최고데이터책임자(CDO·Chief Data Officer)라는 새로운 직책을 도입할 정도로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금융사들은 규제로 인해 빅데이터 활용이 아직 걸음마 수준에 그치고 있다. 최근 들어서야 빅데이터 활용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윤근혁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팀장은 22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은행 내부적으로 많은 데이터가 쌓여 있지만 활용하는 데이터는 접근 가능한 정보의 20~3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데이터를 분석하고 상품·서비스에 접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국내 빅데이터 활용 아직 초보 단계 불과"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전세계 빅데이터 시장은 매년 50% 이상 성장해 2019년에는 221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빅데이터 시장 규모도 2013년 1643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623억원으로 2년 새 60% 가깝게 커졌다.
시중은행들은 현재 빅데이터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 이렇다 할 성공사례가 없다.
윤근혁 팀장은 "국내에서 사례를 찾아보고 있지만 냉정하게 말해 진짜로 빅데이터 이용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 "그나마 카드사나 통신사가 활발하지만 내부 데이터를 사용한 것이지 외부 데이터를 구해서 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내 개인정보 보호 규제로 인해 금융사들이 고객 정보를 활용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개인정보의 개념이 모호하고, 비식별 조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빅데이터로 활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빅데이터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많지만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윤 팀장은 "이동통신업체 등 이종사업자와 제휴해 상품을 만들 경우 상대편으로부터 구체적인 정보를 받아 세부적으로 그룹핑해 상품을 만들면 고객군을 타깃팅하는데 유리하지만 지금은 거의 못하고 있다"면서 "제휴 상품을 내놓아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다보니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아 비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익명화한 개인신용정보를 통계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시행령 및 신용정보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 "고객 상담 내용 문서화… 맞춤형 서비스 제공"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는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출범한 이후 2개월 동안의 준비 과정을 거쳐 △내부 데이터 정비 및 이용 활성화 △외부 기관과의 제휴 통한 신사업 기회 확보 △비정형 텍스트 분석을 통한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 등 3대 중점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윤 팀장은 "고객의 소리, 상담 정보 등 비정형 데이터를 거래 실적 등의 기존 정형 데이터와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정형 정보 분석 업무는 기술적으로 잘하지만 아직 비정형정보 분석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역량을 쌓아가고 있는 단계다"고 말했다.
현재 신한은행은 우선적으로 고객 상담 녹취를 문서화시킨 데이터를 영업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그는 "고객 상담 내용을 문서화시켜서 비슷한 형태의 문장끼리 모으거나 고객이 언급했던 단어를 뽑아 그 데이터를 거래 정보와 묶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팀장은 "예를 들어 상담할 때 고객이 어느 채널을 통해 접촉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알지 못했다"면서 "이전에 콜센터에서 어떤 내용을 갖고 상담을 했는지 어떤 사이트에서 무엇을 보다 왔는지 이력을 남기면 다시 찾았을 때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전했다.
이어 "은행 영업점에서도 이전 상담 내용을 토대로 고객이 어떤 이유로 방문했는지, 어떤 상품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어 먼저 안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 "빅데이터 통해 대출 금리 세분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분화된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하면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좀 더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신용평가 모형이 나오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들은 맞춤법을 틀리지 않는 사람일수록 원금 상환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특성을 이용해 이를 신용평가 변수로 활용하고 있다. 또 꼼꼼한 사람이 연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상품약관을 제대로 보지 않고 곧바로 '확인'을 클릭하는 사람의 신용도를 감점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심리 테스트를 기반으로 한 평가 모델도 개발됐다.
윤 팀장은 "대출에 있어서도 빅데이터 분석을 '정확한 성격이다', '꼬박꼬박 이자 잘 내고 있다'고 평가되면 금리를 낮춰주거나 신용도를 높여주거나 할 수 있다"면서 "현재 기존 신용평가에 더해 텍스트 분석을 반영해 신용도를 평가해달라고 영업 현장에 요청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또 "카드론, 현금 서비스 이용과 관련해 은행 입출금통장 거래가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중금리대출을 먼저 권유할 수도 있다"면서 "은행 중금리대출은 2금융권에 비해 금리가 유리하고 신용도 하락 위험도 없어 금융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 "장기적으로 지주사 차원에서 빅데이터 조직 구성해야"
신한금융그룹 내에서 신한은행보다 먼저 그룹사인 신한카드가 빅데이터센터를 신설해 운영 중에 있다. 장기적으로 이를 통합해 지주사 차원에서 빅데이터 전담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고 윤 팀장은 설명한다.
그는 "지주사 차원에서 빅데이터 전담 조직을 만들자는 논의는 있지만 언제 어떻게 만들자고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려면 지주사 차원에서 계열사의 정보를 묶어 분석해 이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 카드사 내부망에 누가 침투해 데이터를 빼가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망에서 은행과 고객이 만나는 영역에서 해킹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룹사끼리 공유한다고 해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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