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오는 24일 한중 수교 24주년을 앞두고 미래지향적 ‘경제 부문 신(新)파트너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92년 8월 24일 노태우 대통령과 장쩌민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6개항)을 발표하고 국교 수립을 공식화했다. 이전까지 수면 아래서 국교 수립의 기반을 닦아 왔던 양국 경제계는 다양한 방면에 걸쳐 교역의 물꼬를 트며 지난 24년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다.
한국 관세청 수출입 통관 기준 1992년 당시 중국은 한국의 6위 수출국, 5위 수입국이었으나 올해 7월말 현재 수출·수입 모두 1위를 기록하며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건국이후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벌어들은 돈(누적 무역수지 흑자액)은 5037억1800만달러로 한국의 전체 무역수지 흑자액 4693억6200만달러보다 많다. 대중국 누적교역액이 공식 집계 된 것이 1987년부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30년 만에 거둔 엄청난 성과다.
중국의 대외무역에 있어서도 한국의 비중은 급상승했다.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중국해관총서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1998년 한국은 중국의 5위 수출국, 4위 수입국이었으나 올해 6월 현재 4위 수출국, 1위 수입국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한은 1998년 중국의 44위 수출국, 58위 수입국이었다가 올해 6월 68위 수출국, 58위 수입국으로 떨어졌다. 이 연구원은 "불과 20년도 안 돼 중국 경제에 있어 한국은 가장 비중있는 교역 상대국으로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과의 국교 수립 후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등 자유무역의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2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발효되면서 그간 경제계가 중심이 됐던 한·중 교류는 사회·문화 등 다방면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눈부신 우상향 곡선을 실현하던 한·중간 관계는 최근들어 정체·둔화상태에 접어들었다. 제조업 생산·수출로 도약한 중국은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면서 경기 둔화로 이어졌고 과잉생산설비 투자의 여파로 저가 출혈수출이 가중되면서 한국 등 주변국 제조업 생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중국 내 반한 감정이 부상하면서 그 여파가 산업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른 한편으론 화훼이나 텐센트, 알리바바 같은 기업들이 한국이 그동안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던 산업을 거침없이 따라잡거나 일부 분야에서는 아예 추월하고 있다. 거대 금융자본의 한국시장 유입 등은 한국경제의 불안감을 높이는 변수로도 작용하고 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증국 경제의 경기 둔화세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사드 배치 등에 따른 정치적인 이슈와 신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중국의 통상압력 가중 등이 한·중 교역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며 “한국의 높은 중국 경제 의존도를 고려할 때 우리 기업들은 올해 중국발 리스크를 좀 더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양국간 경제관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하고 있다며 중국의 도약을 인정하되 한국이 보유한 강점을 더욱 강화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최근 들어 중국이 반도체, 전기자동차 등 첨단산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지만 이들 분야에서 한국을 따라잡으려면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면서 “이 기간 동안 우리의 경쟁력을 키워내면서 미래를 대비해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새 분야를 개척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만의 강점을 지속적으로 키워내 중국과의 동등한 관계를 유지시켜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 지부장은 “이미 제조된 상품을 중국에 파는 전략에서 벗어나 중국 내 시장 변화 연구를 통해 고객 맞춤형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상품 위주에서 서비스 분야로 관심 영역을 확대해 중국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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