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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우 에이매스컨설팅 대표이사
최근 국내 항공사들의 웹 접근성 개선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 교통부(US-DOT)가 좌석수 60석 이상인 항공기를 최소 1대 이상 운항하고 있는 미국 및 외국 항공사에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항공사의 홈페이지와 키오스크(무인 탑승수속 기기)의 접근성 규정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예약 및 예약변경, 체크인, 항공편의 일정과 상태 확인, 개인 일정 및 항공사 연락처 확인을 적용범위로 하는 1단계 시한(2015년 12월 12일)에 맞추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제주항공은 국제 표준화 기구인 W3C의 웹 접근성 규정(WCAG2.0)에 의거한 홈페이지 개선을 완료했으나 이를 준수하지 못한 이스타항공과 진에어 등의 저가 항공사들은 US-DOT의 지속적인 압박에 뒤늦은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1단계 범위를 제외한 모든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는 2단계 적용시한(2016년 12월 12일)이 성큼 다가온 만큼 이에 대한 대응 역시 분주한 상황이다.
국내 항공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노약자 및 장애인 등의 정보 소외계층이 항공사 웹 사이트를 더욱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번 개선의 주요 서비스 대상이 단지 내국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항공사를 이용하는 외국인 또한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현재의 개선과정에는 여러 가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와 국산 스크린 리더인 센스리더(Sense Reader)가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사용 환경과는 달리 국외는 더욱 다양한 웹 브라우저와 스크린리더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웹AIM(WebAIM)의 2015년 7월 브라우저 및 스크린리더 사용자의 선호도 조사(Screen Reader User Survey) 결과를 살펴보면 웹 브라우저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53.5%, 파이어폭스가 30.1%의 점유율을 보였고 스크린리더로는 JAWS가 30.2%, Window-Eyes가 20.7%, NVDA가 14.6%를 차지하는 등 한 종류의 스크린리더에 지나치게 편중된 국내 상황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국내 항공사의 경우 홈페이지 개선 과정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센스리더, Jaws 정도의 사용 환경만을 고려하고 있으므로 국내외 스크린리더 사용 고객의 접근성을 더욱 폭넓게 확보할 수 있는 사용자진단 과정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는 국내 사용자만을 고려하던 현재까지의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는 물론 국외의 웹 브라우저 및 스크린리더 점유율을 근거로 한 새로운 평가방식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최소한 점유율 상위 2개 이상의 브라우저와 스크린리더의 사용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및 국외 정보 소외계층 고객이 항공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홈페이지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키오스크의 접근성 확보 노력 역시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현재 키오스크에 대한 접근성은 온라인 홈페이지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여러 장애유형을 고려한 접근성 개선이 매우 시급하다.
실제 시각장애인과 함께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의 키오스크 접근성을 확인해본 결과, 인천국제공항은 키오스크의 부착된 전화기를 이용해 공항 이용문의를 하기 위해서는 터치스크린을 조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으며 항공권 체크인을 위한 키오스크 역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나 점자, 이어폰 단자 등이 제공되지 않아 시각장애인 혼자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또한, 30초간 다음 조작이 없을 때 팝업이 발생해 해당 콘텐츠를 이해하고 다음 조작을 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김포공항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일부 키오스크에 안내 요원이 배치돼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온라인 홈페이지와 키오스크의 접근성 확보 이슈는 비단 US-DOT의 접근성 규정 때문이 아니라 할지라도 꾸준히 요구돼 온 문제다. 다양한 브라우저에서 호환될 수 있는 범용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국내외 다양한 스크린리더로 탐색 및 운용을 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의 접근성을 확보하는 일, 다른 이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키오스크의 접근성을 확보하는 일은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항공사의 당연한 의무다.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서 우리는 각 장애유형에 적합한 사용 환경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 과정에 실제 사용자가 참여해 더욱 실효성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접근성 개선 과정을 더욱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앞서 제시한 방법 외에도 더욱 다양한 각도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더욱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자세 또한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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