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바람도 제대로 불지 않는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 30도를 훌쩍 넘는 날씨에 스탠딩과 시야 제한석을 포함, 경기장 안을 꽉 채운 6만 5000명의 관객을 보고 생각했다. '도대체 이렇게 더운 날씨에 고생스럽게 여길 왜 일부러 오는 걸까.'
빅뱅 멤버들이 등장, '천국'을 열창하기 시작하자 조금씩 그 인기가 실감나기 시작했다. '천국'에서 '위 라이크 투 파티'를 지나 '핸즈 업'으로 이어지는 동안 빅뱅 멤버들은 이동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팬들과 눈을 맞췄다. 무대 양 옆과 경기장 양 옆, 뒤에 마련된 화면을 통해 빅뱅 멤버들이 열창하는 광경이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중계 화면의 화질은 빅뱅이 이번 콘서트를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데뷔 10주년을 기념한 콘서트인 만큼 그 동안 쌓은 공연 노하우들이 아낌 없이 쏟아졌다. 공연장을 찾지 못 한 이들을 위해 V앱 생중계를 진행했고 멤버별 개인 채널에서는 각 멤버만 잡는 '직캠' 형태의 영상이 서비스됐다. 또 국내 최초로 VTE 빔 트롤리 장치를 공연에 도입해 매 곡마다 다른 방식의 무대를 구현했다. 무대에서 생동감 있게 뛰고 있는 멤버들의 순간 움직임을 포착해 정지 화면처럼 표현한 영상 기법도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M', 'A', 'D', 'E'라는 이름으로 싱글을 발매했던 이들은 앨범 수록곡 '루저', '뱅뱅뱅', '이프 유'를 열창해 팬들을 열광케 했다. 여기에 기존 히트곡 '배드 보이', '하루하루', '판타스틱 베이비', '마지막 인사' 등 지난 10년을 추억할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됐다.
물론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라 불리는 단독 콘서트는 어떤 뮤지션들에게나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것일 텐다. 하지만 빅뱅이 특별했던 건 단지 공을 들이는 걸 넘어 이들이 무척 잘, 그리고 재미있게 놀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멤버들의 개별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개인 무대도 많았다. 리더 지드래곤은 '하트브레이커'와 '크래용'을 불렀고 유닛으로 활동했던 탑, 태양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탑은 '아무렇지 않은 척'과 '둠다다'를 불렀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에서는 무대에 직접 오르지 않고 오직 목소리로만 등장했다. 목소리로만 6만 5000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뮤지션이 국내에 얼마나 될까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사실 정말 '내가 왜 빅뱅 매력을 몰랐지'라고 고민한 무대는 따로 있었다. 대성의 솔로 무대였다. 그는 팔 부분이 술이 잔뜩 달린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날 봐 귀순'을 불렀는데 전주 부분의 입담이 무심히 듣다가도 웃음이 터질 정도로 차졌다. 한 곡을 다 부르고 승리까지 무대에 올라와 만담 같은 입담을 뽐내는데 노트북에서 시선을 들어 화면에 고정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중간에 게스트 가수로 싸이가 나와 두 곡을 부르긴 했지만 180여 분 동안 브릿지 영상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그룹을 찾긴 어렵다. 이것이 빅뱅을 지난 10년간 지탱해온 힘이자 팬들이 '빅뱅, 빅뱅'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9월에 내 가수가 콘서트 한다는데. 거기 가서 신나게 놀 준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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