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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그 긴 세월을 버텨내기 위해 가족, 반려자, 건강 등 여러 가지 필요한 요소들이 있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이라고 책에 적어 놓으셨다. 은퇴 이후에도 뭔가 배우고, 뭔가 취미생활을 하고, 뭔가 봉사활동을 하는 등의 ‘소일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파고다공원에 가서 바둑을 두고 어울려 놀다 오거나, 천안행 전철을 타고 나가서 온천을 하고 기분을 전환하고 오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1년 내내 그럴 수는 없다. 즉, 은퇴를 준비하면서 돈만 준비할 게 아니라 할 일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을 하니까 몸이 건강하고, 건강하니까 일을 할 수 있다. 일을 하니까 정신도 건강해지고 성취감도 생긴다. 일을 하니까 하루하루 시간도 잘 지나가고 생활에 만족하고 감사하게 된다. 감사하면 행복은 저절로 온다.
몇 년 전 일본에서 60대 중반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어떤 사람이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가장 불행한 사람은 ‘아무 일 없이 세월을 보낸 사람’이라고 했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가끔 친구들과 만나는 사람’이라고 했다. 반면, 새롭게 행복을 찾아 누린 사람은 3가지 유형이었다고 한다. ‘공부를 시작한 사람’, ‘취미생활을 계속한 사람’, ‘봉사활동에 참여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결국 나이 60이 되었다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남을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했을 때 행복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나이가 60이 넘어서도 일을 해야 하냐’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꽤 많을 것이다. 젊은 시절에 일을 너무 과도하고 지겹게 해서 ‘번아웃’(탈진)되신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주 우리 언론이 발칵 뒤집어졌다. OECD에서 발표한 ‘2016년 고용동향’ 자료를 보니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이 2113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 현상은 완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길다.
문제는 그렇게 탈진될 정도로 오래 일하면서도 소득 수준은 낮다는 점이다. 적은 시간당 임금으로 필요한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오래 일하는 수밖에 없다. 초과근로, 휴일근로 등의 근로기준법 규정을 적용하고 나면 월급여는 적지 않다고 하겠지만, 그러다보니 장시간 근로가 생활화되어 있다. 야간에도 일해야 하고 휴일에도 일해야 월급봉투 속에 자존심이 채워지게 된다. 후진적 급여시스템과 맞물려 장시간 근로가 제도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오래 일하면서 소득은 낮으니 생산성은 형편없고 창의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의 수익성이 정체되고 다시 1인당 소득이 정체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피곤한 상태에서는 집안일도 제대로 분담할 수 없다. 결국 아이를 낳기도 키우기도 힘들어지니 국가 전체적으로 저출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근로환경이 열악하고 보육환경도 어설픈 곳에서 누가 애를 낳고 키우겠는가?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가사를 분담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 근로기준법, 기업문화, 제도의 틀을 뜯어고쳐야 한다.
일이 있어야 행복하다. 은퇴 이후에도 할 일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그냥 일이 아니라 즐겁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어야 진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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