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김지운 감독은 왜 콜드 누와르를 포기했나 [종합]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8-25 17:4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지운 감독이 25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왕십리점에서 열린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콜드 누아르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됐네요."

김지운 감독이 25일 서울 CGV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밀정' 언론시사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영화는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 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다. 송강호는 조선인 일본 경찰을, 공유는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를 연기한다.

영화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한국형 스파이물이다. "이 영화를 기획할 때는 장르를 콜드 누아르로 규정했다. 서구의 냉전을 배경으로 한 수많은 스파이 걸작을 레퍼런스로 해 스파이의 냉혹한 세계를 차갑게 그리고자 했다"는 김 감독은 "만들다 보니 그게 안 되더라"라고 고백했다.

"서구의 냉전 시대와 일제강점기 온도는 판이하기 때문이다. 냉전은 파워게임의 시대였고, 일제 강점기는 나라를 잃은 사람들이 주권회복을 위해 꽃다운 목숨을 던지는 시대다. 뜨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차갑게 시작해 뜨겁게 끝나는 과정에서 벼랑 끝에서 애써 잡고 있는 실 낫 같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처음에 설정한 장르를 고집하지 않고 이야기, 인물을 쫓으며 작업했다. "이 영화의 온도를 차갑게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영화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 깨달았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뒷모습을 기특하고 근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본다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다. 이런 작업은 처음이었다"는 김 감독은 그 공을 송강호 덕으로 돌렸다. 김 감독은 "송강호와의 네 번째 작업이다. 이십년을 봤는데도 여전히 새로운 배우다. 여전히, 아직도 자기자신의 한계를 깨 가는 모습이 놀라웠다. 내가 한계에 부딪혀 참담할 때 송강호의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받았다. 애초에 기획한 스타일을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송강호의 역할이 컸다. 정신적 이중국적자라고 할 수 있는 조선인 일본 경찰을 연기한 송강호가 시대의 공기를 걷고, 시대의 압박에 밀려가면서 시대의 강력한 회오리에 떠밀려갈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송강호가 훌륭하게 연기해 준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일제시대의 상징, 혼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밀정을 통해 불합리한 상태에 빠진 나라에서는 개인의 존립마저 위협받는다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 누가 밀정인지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다. 밀정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질곡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은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배우의 네 번째 만남으로 주목받은 영화는 추석 극장가에서 관객에게 강렬한 드라마를 선사하겠다는 포부다. 9월 7일 개봉.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