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내달 4∼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에 맞춰 '보너스 휴가'를 받은 항저우(杭州) 시민들이 속속 휴가를 떠나면서 항저우시가 텅 비어가고 있다.
항저우시는 G20 정상회의 경비보안 대책의 일환으로 내달 1일부터 7일까지를 집단 휴가 기간으로 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시민이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항저우 도심의 교통통제, 보안강화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편해진 데다 식자재를 납품받지 못하는 식료품점과 음식점들이 잇따라 문을 닫기로 한 점도 시민들의 '항저우탈출'을 재촉하고 있다.
온라인 여행사 투뉴(途牛)의 옌하이펑(閻海峰)은 "G20 기간 '보너스 휴가'로 인해 항저우에서 비행 거리 6시간 이내의 패키지 여행, 비행기 티켓 수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항저우시민의 해외여행 수요가 일본, 한국, 태국에 집중되며 관련 여행상품은 이미 매진된 상태라고 그는 전했다. 이에 따라 항저우에서 출발하는 항공권 가격도 급등했다.
해외뿐만 아니라 중국 내 명승지를 찾으려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인근 도시의 유명 관광지들이 항저우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입장 혜택을 제공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항저우에 남는 시민들 사이에선 식음료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검문검색 강화로 '봉쇄 관리' 지역 내 식자재 배송이 어려워지면서 이미 상당수 항저우 식당들은 문을 닫았다. 회의장이 위치한 서호(西湖) 주변의 카페들은 음료와 디저트만 판매할 뿐 음식은 팔지 않고 있다. 항저우 도심 상청(上城)구에 사는 주민 왕강은 "2∼3일간 버틸 수 있는 만두 50∼60개와 인스턴트 음식들을 사놓았고 휴가가 시작되면 도시 밖으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행사와 시민들은 이런 '보너스 휴가'에 즐거워하고 있지만 다른 업종들은 지나친 보안강화에 불만인 눈치다. 항저우 주변의 제조업체들은 직원 휴가와 함께 공장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울상을 짓고 있다. 사업상 손실에 대한 보상은 없다. 항저우에서 의약품 도매상을 운영하는 양모씨는 "배송지연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세심한 사전점검을 거쳐야 한다"며 "고객들에게 이를 설명하면 주문을 취소하거나 환불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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