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초기사업 부진, 개선 활동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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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2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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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S전선 베트남 사업장 현장을 가다(2)

베트남 하이퐁시에 소재한 LS-VINA 케이블 공장에서 전선이 생산되고 있다.[사진=LS전선 제공]


아주경제 (베트남 하노이·하이퐁·호찌민) 채명석 기자 = LS-VINA케이블 공장 앞에는 주차장 터까지 초대형 나무 드럼이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드럼은 공장에서 생산한 전력케이블을 이동하기 편리하게 묶은 것이다. 통상 4.4t의 드럼에 250m 길이의 전력 케이블을 담을 수 있다고 한다. 해저케이블의 경우 드럼의 크기는 훨씬 커 담는 케이블의 길이도 500m에 달한다.

박한용 LS-VINA 관리담당(차장)은 “필리핀과 미얀마 등으로 나갈 것들이다.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길이와 굵기, 무게, 피복 색깔까지 사양이 전부 다르다”면서 “LS-VINA의 경쟁력은 고객들이 원하는 사양의 제품을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문을 받아 납품하기까지 2개월 정도가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공장을 방문했을 때의 기온은 영상 37도. 지난 한 달여간 무더위가 지속됐던 서울의 기온을 경험한 덕분인지 공장 밖에서는 더위를 참을 만 했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높은 습도와 설비에서 뿜어대는 열기가 더해 셔츠엔 땀이 흠뻑 젖었다. 공장을 돌아보기전 LS-VINA측에서 차가운 손수건을 먼저 내어줬는데, 얼마 안가 바짝 마를 정도였다.

LS-VINA 사업장은 LV(저압), MV(중압), HV(고압) 생산동으로 이뤄졌으며, 각각의 생산동에서는 신선-연선-절연-연합-시스(Sheathing) 공정을 거쳐 전선이 만들어진다.

신선은 용광로에서 전기동판을 넣어 1차 구리 나선을 만드는 공정이다. 1000도의 온도의 용광로에 동판을 집어넣어 끓여 액체를 만든 뒤 8㎜ 굵기의 구리동선을 뽑아낸다. 구리동선은 다시 열을 가해 고객의 주문에 맞춘 굵기로 다시 여러 줄을 뽑아내 이를 새끼줄 꼬듯이 꼬아 합친 소선을 만든다. 이어 소선들을 적당한 피치로 합쳐서 꼬아 하나의 집단을 만드는데 여기까지의 과정을 ‘연선공정’이라고 부른다. 전선을 한 가닥으로 하면 끊어지거나 온도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드는데, 가늘고 긴 선을 여럿 꼬아 만들면 이러한 성질이 줄어들고 저항성이 강하다고 한다. 다음으로 전기가 누설되지 않도록 절연체를 만드는 ‘절연’, 피복된 절연체를 꼬아주는 ‘연합’, 압출기를 이용해 외부 피복을 입히는 ‘시스’ 공정을 거치면 전선이 완공된다.

LS-VINA 케이블은 1996년 설립 첫해 매출 18억원에서 지난해 3491억원으로 초고속 성장, 베트남 1위 전선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LS-VINA가 실패작으로 인식되고 애물단지로 전락해 사업 철수까지 고려되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공장 가동 직후 한국에 몰아닥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었다.

LS-VINA의 전신인 비나-LG케이블은 가동직후부터 문제점을 드러냈다. 가장 큰 실수는 애초에 현지 사업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점이었다. 사업초기 실적은 참담했다. 공장 가동 첫해인 1997년 600만 달러 매출에 13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1998년, 1999년에도 30%가 넘는 영업손실률을 기록했다. 더구나 파트너사인 베트남 휴막 사장(LS-VINA 부사장)의 부정, 공산주의 국가의 특징인 만장일치제도에 의한 의사결정 등 파트너사와의 불협화음이 자주 있었던 데다가 한국에 IMF까지 겹쳐서 본사의 지속적 지원의 어려움 및 과중한 이자율 부담으로 초기 사업 안정화는 불가능에 가깝게 여겨졌고, 사업 철수까지 고려될 정도였다.

베트남 내 고전압(MV) 케이블의 수요는 예측과는 달리 호찌민시 이외 지역의 수요는 미미하였으며, 베트남 전력청의 연간 입찰 역시 2000만 달러 이하로 당시 LS-VINA의 손인분기점 매출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베트남의 입찰 제도가 공정하게 운영되지 못하여 자체 수주 확보는 더욱 쉽지 않았다.

이러한 내수의 어려움을 동남아 시장의 해외 수출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으나 회사 및 제품의 낮은 인지도, 기술 축적 및 경력의 미흡으로 국제입찰의 경력자격도 불충분했다. 파트너사가 현물 출자한 공장은 과대평가 되어 있었고, 주력 설비의 가동률이 부족한 사실상 부도 상태였다. 또한 부사장이 친인척 30여명을 주요 보직에 배치하고 전횡을 일삼았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축재의 수단으로 법인을 악용해 회사가 멍들어 가고 있었다.

1999년 회사는 강력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우선 부사장을 해고하고, 경영정상화 및 수익창출 기반을 확보하였다. 기존 설비를 이전, 보수하는 외에 신규로 설비를 도입해 생산능력을 향상시켰고, 시판 조직과 대리점을 신설하는 등 영업력을 강화했다. 또한 조직 인원 축소 등 고정비 감소와 분위기 쇄신을 위한 노력, 철저한 상벌주의 및 목표 개념 도입으로 내부 관리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LS-VINA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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