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기생충 치료제로 사용돼 왔던 일부 약물이 지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약물 개발이 가능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이언스 데일리가 2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등 통합 연구 그룹은 지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물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iPS 세포로 만든 신경 세포 등을 활용, 시판되고 있는 약 6000 종류의 화학 물질을 검토했다.
그 결과 그동안 기생충 약으로 활용됐던 '니클로사마이드(Niclosamide)'가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활성화되는 효소의 생성을 억제해 뇌세포에서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이나 감염된 후에 투여해도 증식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여 년 이상 사용돼 온 이 약은 임신부에게도 강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다른 약인 '엠리카산(Emricasan)'은 지카에 감염된 세포를 보호하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물은 본래 C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의 손상을 막는 데 활용되고 있다.
연구 내용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실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전 세계 70개국에서 모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지카 바이러스 위험 국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유효한 백신이나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은 가운데, 지난 3월 현재 세계 67개 기업과 연구 기관 등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한때 브라질에서 대규모로 확산됐지만 최근에는 싱가포르에서 바이러스 감염자가 무더기로 나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보건부 등에 따르면 중남부 알주니드와 심스 드라이브 지역에서 나온 50명의 의심환자를 조사한 결과 15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내 지카 바이러스 확진자는 56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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