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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잇따라 쓴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가계부채 관리 문제를 지적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인구고령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정부의 고령화 정책이 미흡하다고 꼬집으면서, 한은이 관련 연구를 강화하고 정부·학계 등과 논의해 직접 챙기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30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인구고령화 문제는 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보다 훨씬 대처하기 어려운 과제"라면서 "내년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 전망이고 최근 고령화 속도가 대단히 빠른 점을 감안하면 여러 가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인구고령화 현상이 점차 빨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통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현재 13.0%에서 2050년 35.9%로 증가해 일본(40.1%)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엔에서도 우리나라가 현재 합계출산율 1.24명을 지속될 경우 총인구는 2015년 5000만명에서 2070년 4000만명으로 감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이 총재는 일본의 고령화 정책을 예로 들며 우리 정부 정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저출산 전담 장관직을 신설해 합계출산율을 현재 1.4명에서 1.8명으로 높여 50년 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겠다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우리나라 정부도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러가지를 감안하면 미흡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5일 난임 시술에 대한 의료비 지원 확대 등을 담은 저출산 보완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단기 처방에 불과하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 총재는 "저출산 문제는 지금 대책을 세워도 효과는 20~30년 뒤에 나타나는 것이다"면서 "저출산 대책은 무엇보다 장기적인 시야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한은도 하나의 역점 분야로 생각해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한 연구를 강화할 계획이다"며 "그 결과를 갖고 정부·학계와 진지하게 논의해 나가겠다"면서 이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최근 들어 이 총재는 통화정책 외에 다른 국내 경제 현안과 정부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는 일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오전 국회 경제재정연구포럼 초청 강연에서는 "통화·재정 정책만으로 한국 경제의 현안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가 주도적으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인 가운데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로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계속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 금리인상과 관련해 이 총재는 "지난주에 잭슨홀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정책금리 인상 여건이 수개월째 강화되고 있다'고 발언했고 스탠리 피셔 부의장도 연내 두 번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면서 연내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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