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는 애플 측에 "지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세금 혜택을 통해 거액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던 만큼, 아일랜드 정부에 130억 유로(약 16조 2127억 원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 내에서 추징된 벌금 가운데 역대 최대 수준이다. 애플이 지난해 거둔 순수익이 530억 달러(약 59조 3070억 원)였던 점에 비춰보면 지난해 수익의 3분의 1 이상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애플이 그동안 아일랜드에서 납부한 세금은 2%에도 못 미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일랜드의 명목 법인세율이 통상 12.5% 수준인 점에 비춰보면 턱없이 낮다. 애플이 미국에서 내는 법인세는 35%에 이른다. 애플이 다른 기업들과는 현저히 다른 혜택을 보고 있다고 EC가 단정하는 이유다.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에 따르면, 아일랜드 정부는 법적 대응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아일랜드는 낮은 법인세율로 인해 대표적인 조세 회피국 중 하나로 통한다. 이번 EU 결정에 따라 애플에 대한 세금 제도를 수정하면 아일랜드에 진출해 있는 다른 다국적 기업에 대한 조세 제도 수정도 불가피하다.
EU가 미국 기업과 이른바 '세금 전쟁'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부터 유럽 국가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와 부당 이익 수급 등을 집중 조사해왔다. 지난해에는 스타벅스에 대해 "네덜란드 정부에 최대 3000만 유로(약 374억 원)의 추징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동차 업체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배송업체 아마존에는 룩셈부르크에 추징금을 내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스타벅스와 아마존은 현재 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EU 결정으로 인해 미국과 EU 간 갈등 양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내무부에서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정책 백서를 통해 "애플에 대한 EC의 탈세 조사는 국제 조세개혁협약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EU의 추징금 부과 결정은 이중과세"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일단 애플도 이번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분쟁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EU가 제시하는 추징금을 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유럽에 진출한 다른 미국 기업들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당장 9월 7일 아이폰 신제품을 공개하기로 한 만큼 애플 입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금전적 손해뿐만 아니라 이미지 손상 등의 타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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