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3주년을 맞은 한국영화아카데미는 한국영화산업 부흥과 인력양성을 위해 1984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설립한 영화전문교육기관이다. 정규과정과 장편과정, 두 개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장편과정은 정규과정을 거친 감독들 중 시나리오를 뽑아 시나리오, 편집 등 멘토링을 통해 1년에 3편의 영화와 1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오늘 ‘KAFA 십세전’ 개막을 맞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감독 및 상영작들을 살펴본다.
◆ 이제훈의 과거가 알고싶다면?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
장편과정 3기 윤성현 감독의 영화 ‘파수꾼’은 죽음을 선택한 소년 기태(이제훈 분)와 그의 아버지(조성하 분), 그리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기태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그와 가장 친했다던 동윤과 희준을 만난다. 하지만 동윤(서준영 분)과 희준(박정민 분)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그들 사이에 일어난 작은 균열을 발견하게 된다.
‘파수꾼’은 KAFA 장편영화를 대중들에게 알린 작품이자, 오늘 날의 이제훈을 만든 영화다. 당시 기태를 연기한 이제훈은 섬세한 연기와 뛰어난 캐릭터 해석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물론 이제훈 외에도 박정민, 서준영, 이초희 등 현재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맹활약을 벌이는 배우들의 풋풋함과 ‘미친 연기력’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청춘들의 복잡 미묘한 심리와 불안, 그리고 어린 시절 ‘우정’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얻었다. 러닝타임 116분이며 15세이상관람가인 ‘파수꾼’은 놓쳐서는 안 될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 미스터리한 박해일이 궁금하다면…조성희 감독의 ‘짐승의 끝’
장편과정 3기 조성희 감독의 ‘짐승의 끝’은 아기를 낳기 위해 고향으로 가는 순영(이민지 분)과 그녀가 탄 택시에 무작정 합석한 남자(박해일 분)의 이야기다. 남자는 순영과 택시기사의 과거를 줄줄 꿰더니 “곧 전기가 나가고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올 것”이라며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거짓말처럼 그의 말대로 택시가 멈추고 순영은 정신을 잃는다. 다시금 눈을 떴을 때, 순영의 곁엔 아무도 없고 기괴한 괴물 소리만이 들린다.
우리에겐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으로 잘 알려진 조성희 감독의 ‘짐승의 끝’은 그로테스크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잔혹한 장면 없이도 영화는 관객들을 몰입시키고, 압도한다. 특히 이 같은 ‘압도’는 배우 박해일과 이민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조성희 감독과 배우 박해일의 ‘미스터리’가 궁금한 관객이라면 ‘짐승의 끝’ 역시 지나쳐서는 안 된다. 러닝타임은 114분이며 청소년관람불가다.
◆ 변요한·박정민의 숨 막히는 신경전…김정훈 감독의 ‘들개’
장편과정 6기 김정훈 감독의 ‘들개’는 20대 취준생 정구(변요한 분)와 사회부적응자 효민(박정민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정구는 입사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지고 특별한 존재감 없이 살아간다. 그의 유일한 낙은 사제폭탄을 만드는 일. 그는 누군가 폭탄을 터트려주길 바라며 불특정다수에게 사제 폭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에 대한 불만과 분노로 똘똘 뭉친 효민이 ‘집행자’가 되길 자처하고 두 사람은 완벽한 파트너가 된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사회에 순응하고 싶은 정구와는 달리 효민은 폭주를 멈추지 못한다.
‘들개’는 폭발직전인 청춘들과 답답한 사회를 비춘다. 정구 역의 변요한과 효민 역의 박정민은 이러한 청춘들의 답답한 현실과 폭발직전 미쳐 날뛰는 청춘들의 얼굴을 세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두 배우의 신경전과 치열한 연기열전은 관객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을 만하다. 러닝타임 102분에 청소년관람불가인 ‘들개’는 풋풋한 변요한·박정민의 모습과 더불어 스릴을 즐기고픈 관객들이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다.
◆ 변요한·류준열·이주승의 풋풋한 모습!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
장편과정 7기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는 전 국민을 떠들썩하게 한 군인의 자살 소식에 레나라는 여성이 악플을 남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찰 지망생 지웅(변요한 분)과 용민(이주승 분)은 인기 BJ 양게(류준열 분)가 생중계하는 현피 원정대에 참여하고 실시간 이슈에 오른 악플러 레나(하윤경 분)를 찾아간다. 하지만 현피 당일 레나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고 순식간에 비난의 화살은 ‘현피 원정대’에게 향한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감독조합상을 수상한 ‘소셜포비아’는 악플과 현피 등, 요즘 관객들에게 익숙한 이슈들을 엮어 현실을 비춘다. 거기에 사건과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긴장감과 스릴을 안겨준다. ‘소셜포비아’ 역시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띄는데 지웅 역의 변요한부터 용민 역의 이주승, BJ 양게 역의 류준열 등 인기 배우들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러닝타임은 102분이고 15세이상관람가다.
◆ 이정현에게 여우주연상을 선물한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장편과정 7기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줄 알았던 수남(이정현 분)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경을 그린 생계밀착형 코믹 잔혹극이다. 수남은 사랑하는 남편이 사고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를 위해 잠도 줄여가며 일을 대신한다. 꾸준히 일해도 빚은 더 늘어만 가고, 수남은 한방에 빚을 청산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수남의 행복을 방해하려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그는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며 반격에 나선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지난 제 36회 청룡영화제에서 이정현에게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이다. 2015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대상, 2016 백상예술대상 영화시나리오상 등 그해 영화제를 휩쓸며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이정현은 홀로 극을 이끌어가며 영화의 유니크한 매력을 더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정현의 ‘미친 연기력’과 안국진 감독의 독특한 연출력,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연상하게 만드는 구성까지 신선하고 흥미로운 요소들로 꽉찬 작품이기도 하다. 러닝타임은 90분이고 청소년관람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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