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중 하나인 일본의 고령화가 자국의 소비시장도 바꾸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방송인 마켓플레이스는 "일본에서는 유아 기저귀보다 성인 기저귀가 더 많이 팔린다"면서 인구구조의 변화로 기업들도 함께 '변화를 겪고 있다고 3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6월 일본의 실업률은 1995년 이후 최저치인 3.1%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같은 실업률의 감소 뒤에는 청년 취업자의 구직포기와 노동인구 감소가 있다는 분석이 현지언론에서 나왔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인구의 25%가 65세를 넘어섰다. 이와 동시에 일본의 출산율은 여전히 매우 낮다. 곧 노인들은 손자들에게 돈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하는 경향이 늘었다고 마켓플레이스는 지적했다.
시장조사기관인 피유(Pew)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영아용 기저귀보다 성인들의 기저귀가 더 많이 생산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위생용품에만 나타는 것은 아니다. 시장조사 기관인 유로모니터의 히로미 야마구치는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인구변동과 같은)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면서 "음식, 유통, 혹은 위생용품 분야 어디든 이런 형상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일본의 중장년층이 가지고 있는 자산은 9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야마구치는 지적하면서 "이것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의 규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비층의 유형이 바뀜에 따라서 회사들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게들은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를 늦추고 있으며, 식료품을 인터넷 없이 그냥 전화로만 배달하도록 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모든 상품이 중노년층을 타깃으로 한 'J 콘셉트'라는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파나소닉의 대변인은 미오 야마나카는 회사는 3만명이 넘는 50~60대 소비자들에 대한 설문을 진행해 제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미오 야마나카는 "나이가 많은 연령층의 소비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더 좋은 제품을 찾는다"면서 "때문에 우리는 이런 소비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들을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장년층의 신장이 더 작은 것을 고려해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모두 이들의 신체구조에 맞추어 내놓았다. 또한 복층이 많은 일본에서 4kg 정도에 달하는 청소기는 너무 무겁기 때문에 좀더 가벼운 모델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제품자체를 바꾸기 보다는 광고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기도 하다.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내용으로 광고의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다.
2011년 후쿠시마 지진은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가 됐다. "강도 9의 지진이 나라전체를 흔들면서 (일본인의 삶에 대한) 태도도 변화가 있었다"고 광고업체인 분더만 재팬의 CEO 앤소니 쿤디는 지적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보다 독립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진 것이다.
이제 일본의 많은 광고들은 중장년층이 예전에 꿈꿨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실현하는 내용을 주제로 삼고 있다고 앤소니 쿤디는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