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정기국회 첫날인 1일, 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정 의장이 개회사를 통해 "최근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을 논의해달라고 여야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또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와 관련해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사드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서 우리 내부에서의 소통이 전혀 없었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 의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개회식 직후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새누리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정 의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의사일정을 보이콧했다.
오후 5시께 다시 의원총회를 연 새누리당은 정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안건으로 올려 소속 의원들의 동의 하에 이를 채택했다.
결의문에서 새누리당은 "20대 국회의 정기국회 첫날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국회법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하며 당리당략을 택했다"면서 "국회를 대표해야 할 국회의장이 좌파시민단체나 할 법한 주장을 개회사에 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이것은 국회법에 대한 국회의장의 정면 도전"이라며 "새누리당은 지난 70년간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의회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든 정세균 국회의장의 폭거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는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정세균 국회의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며 "아울러 국회의장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포함한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와 함께 정 의장의 사죄, 국회의장직 사퇴를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언사, 국론분열적 언사를 국회의장석에 앉아 버젓이 행하는 의장은 헌정사에 정세균 의장이 처음일 것"이라며 "헌정사 처음으로 정 의장은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당하는 국회의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야당은 국회 의장과 합세해서 의회권력을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면서 "집권여당을 무시하고 야당이 국회를 지배하려고 하는 그러한 의회 폭거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고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금부터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면서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고 국정의 책임을 다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새누리당 의원 전원은 행동에 돌입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결의안을 낭독한 후 이정현 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심재철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최고위원들까지 당 지도부는 일제히 의장실을 방문했다. 정 의장의 입장을 듣고 결의안 제출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사전에 정 의장 개회사 원고를 받지 못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회에서는 의장의 개회사를 사전에 각 당 지도부에 배포한 전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오늘 돌발적인 상황을 보면서 국회법이 (국회 의장에 대한) 중립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재 수단이 없지 않나"라며 "국회법에서 의장이 정치적 중립 위반 시 처벌조항이라든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 시 해임할 수 있다든지 결론을 내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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