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군인들을 만나 취업과 관련 되어 멘토로서 상담 하다보면 구체적이지 못하고 현실에서 동떨어진 추상적 개념만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가 있어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사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 계획을 세워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터널비젼(Tunnel Vision)은 터널 속에서 보는 바깥세상으로, 보이는 것만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터널 밖은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있는가? 그럼에도 터널 속에 있으면 못 보는 것이 많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였는지를 물었더니, 고령화 사회가 됨에 따라 노인분야는 전망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사회복지를 선택하게 되었고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은 전역 3개월 남은 지금까지도 하고 있단다. 사회복지분야로 진로를 선택한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상담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로 7년 전에 상담했던 이모 대령은 전역 전부터 사회복지계열로 진로를 선택하고 학점은행제를 통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후 1급 시험에 합격하여 지금은 모 사회복지재단의 사무국장직을 수행한다.
지금도 가끔씩 통화하며 정보를 서로 나누고 있다. 이분이 지금의 직책을 수행하기까지는 봉사에 관심이 많았고 전역 후에도 일관성 있게 봉사함에 따라 재단 관계 임원으로부터 직책에 대한 제의를 받게 되었단다.
많은 선배 제대군인 분들이 사회를 경험하면서 이야기 하는 것 중에 ‘군대 물도 좀 빼고’, ‘눈높이도 좀 맞추고’ 등등의 제언을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군대 물”이란 사회에 나가서 군 출신이라는 티를 벗어야 적응하기 쉬울 것이라는 것과 “눈높이”란 군 봉급보다 높은 수준이면 취업이 곤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사례는 대위로 전역한 동기가 우여곡절 끝에 노인보호시설을 2개 운영하며 성공한 것을 모델로 하여 강모 중령도 사회복지학 석사까지 마치고 전역과 동시에 노인재가장기요양센터를 운영하게 되었다.
약 10개월 정도를 했을까? 결국은 그만두고 사회복지법인에서 사무국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전역 전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추진했음에도 경험이 없어 오래 버티지 못한 것은 아닐까? 취업하여 봉급을 받는 것보다 대표가 되어 운영할 때에는 고충이 더 많을 수 있다.
세 번째 김모 소령도 사회복지계열로 진로를 선택하고 석사수업 중에 모처의 종합사회복지관장을 하는 교수를 만나 전역과 동시에 사회복지사로 취업하게 되었다.
적은 급여지만 정년이 보장된 직장이라 취업하게 되었고 초창기 나이 어린 직원들로부터 업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다행히 군을 잘 이해하는 기관장이었기에 자존심을 상하지 않고 근무할 수 있었고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수행하면서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단다.
위에서 열거한 사례는 비교적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사회복지계열로 진로를 선택하고도 포기한 안타까운 사례들이 많다.
현역에 몸담고 군문에 헌신 할 때는 정해진 제도 하에서 최선을 다해 복무에 충실하면 직업군인으로서 계급에 상응한 급여로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대하고 나면 정해진 제도를 내가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또 다른 직업을 가지는 전직(轉職)이다. 제대군인이 일반 공무원이나 직장인과 분리되어 전직(轉職)을 하는 데는 몇 가지 불리한 조건들이 있다.
첫째, 5년 정도 정년이 짧아 자녀의 학비, 결혼 등 생애 지출이 가장 많은 시기에 전역을 해야 하는 조건이다.
연령ㆍ계급정년으로 55세 전후에 제대를 앞두고 전직(轉職)해야 하는 고민에 빠진다. 둘째, 사회에서 인정하는 군 경력 직위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제대군인이 우대 받던 시대에서 군 출신이 취업하기 어려운 사회구조로 환경이 바뀌었다. 군 관련 직위가 가장 많았던 방위사업 분야에서 조차 민간전문가를 더 선호하는 추세이다.
셋째, 20~30여 년간 군 생활하면서 몸에 밴 태도, 언어 등은 환경에 따라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불합리한 것 등과 부딪칠 때에 회사 임직원들과 갈등이 발생하여 이직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된다.
넷째, 10년 이상 30년을 넘나들며 군 생활만 했기에 직업전환에 둔감하다. 전역이 임박해서도 어떻게 준비해야할 지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고 주변 동료들이 ‘무엇이 좋다 더라’고 하면 무작정 따라하는 식의 몰이식으로 취업준비 하시는 불들도 있다.
이러한 몇 가지 불리한 조건을 유리한 조건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맞춤식 진로지도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업에 대한 가치관을 제시하고 싶다. 제대군인이 취업을 준비하면서 대다수는 ‘얼마를 받는 직장’이란 수식어를 가지고 상담한다.
따라서 그에 수반되는 직위며, 책무 등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2010년도인가 제대군인지에 “명예예찬”이란 제목으로 기고하였던 문구가 생각이 난다. 중략-“일을 한다는 것은 직업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직업은 돈을 벌어들이는 수단이지만 일이란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며, 인생철학이어야 합니다.”-중략, 그렇다 제대군인의 2막 인생은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보수가 많고 적음이 아니고 내 인생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안보이던 일들이 눈에 보일 것이고, 비로써 터널에서 나와 360도 상하좌우가 탁 트인 온전한 세상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분야는 취업이든 창업이든 기회가 많은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기회가 많은 사회복지분야에서 돈보다는 명예나 가치 있는 일을 찾았을 때에 내 진로가 정해지는 것이 아닐까? 찾아왔던 박모 중령에게 몇 가지 조언하였던 것은 먼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인적 네트워크로 하여 시작해 보라하였다.
사회복지분야는 인적네트워크와 정보가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는 것이다. 다음은 작은 것부터 경험해보라는 것이다.
사회복지분야는 전문성이 부족하면 결국 서비스대상자가 없어 낭패를 보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간에 대한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포기할 것 같으면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2막 인생의 “가치”를 추구할 때에 터널비젼(Tunnel Vision)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얼마를 받는 직업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제대군인의 명예를 지켜주길 바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