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에서 꿩으로
부덕한 군주 앞에 나서지 마라
안회(顔回)가 그의 스승 공자를 만나 '떠나가겠다'고 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공자: 어디로 가려는가?
공자: 가서 무엇을 하려는가?
안회: 듣자니, 위나라 임금이 젊은 혈기에 독선적이고 경솔하게 국가 대사를 처리하면서도 자신의 과오를 모른답니다. 백성들의 죽음을 가볍게 여겨, 나라 안에 시체들이 마치 늪지의 말라버린 풀잎들처럼 차고 넘치고, 살아있는 백성들도 산 게 아니랍니다. 일찍이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안정된 나라를 떠나 불안정한 나라로 가라. 훌륭한 의원집 앞에 병자가 많은 법’이라는 말씀에 따라, 위나라로 가서 병자들을 얼마나마 치료해주고 싶습니다.
공자: 아아! 네가 거기 가면 처벌이나 받겠지. 그런 무질서한 나라에서는 道가 통하질 않아. 혼잡하면 곧 잡다한 일이 많이 생기고, 잡다한 일이 많으면 곧 하는 일들이 꼬이고, 일들이 꼬이면 곧 우환이 생겨나고, 우환이 생기면 곧 남을 구해줄 수 없게 되는 것이야. 그럴 때 옛날 도인들은 먼저 자신에게 충실히 하여 우환이 생기지 않게 하고, 그런 다음에 다른 사람을 도와주었지. 만일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해 우환이 생기게 된다면, 어떻게 폭군의 행위에 간여할 수 있겠는가?
德이 왜 무너져 내리는지, 속된 知라는 것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아느냐? 德이 무너진 것은 사람들이 명리(名利)를 추구하기 때문이고, 속된 知는 서로 싸워 이기려는 욕심에서 나온 것이야. 명예라는 것은 사람들이 서로 다투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이고, 속된 知는 사람들이 서로 다투게 만드는 도구가 되는 것이야. 비정상적인 德과 知, 이 두 가지는 흉기이니까 세상에서 쓰여서는 안 되는 것들이야.
다시 말하면, 德이 두텁고 신뢰성이 높은 행위라 할지라도, 사람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설령 명예를 다투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너의 본심을 완전히 그에게 전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지. 그럼에도 포악한 사람에게 억지로 인의(仁義)라는 규범을 말하면, 그는 네가 그의 포악하다는 단점을 이용하여 자기의 미덕을 드러내 과시하며, 그를 해치려든다고 생각할거야. 그래서 그가 먼저 너를 해치려들지 않을까 걱정이구나.
또 만일 위나라 임금이 어진 이를 좋아하고 부패한 자들을 싫어한다면, 어찌 굳이 너로 하여금 색다른 일을 하게 하겠느냐? 네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면, 위나라 임금과 왕공(王公) 대신들은 반드시 자기의 권세를 등에 업고 너와 승부를 겨루려고 대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너의 얼굴은 억지로 태연한척 할 것이며, 네 입은 무슨 말인지 자신도 모르는 말로 어물거릴 것이고, 네 마음도 점점 그들이 주장하는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니라. 그리고 만일 너를 불신하는 대신들에게 솔직하게 말하다가는 그 포악한 자들의 손에 반드시 죽을 것이니라.
공자가 안회에게 "변소에는 구더기가 들끓듯이, 불통의 군주 주변에는 부패한 대신들이 우글거리기 마련"이라며 "그런 군주 앞에는 함부로 나서지 말라"고 당부하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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