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세계 7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전 세계적인 무역량 둔화로 운임비가 추락한 해운업계에 단기적으로 부담을 경감시키고 업계 통합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운명이 청산으로 결정되더라도 글로벌 해운업계 최대 문제인 선박의 공급과잉은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시간 3일 보도했다.
한진 사태로 인한 물류대란으로 현재 해상 운임은 급등한 상태다. 영국 드류리 컨설팅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루트의 운임비는 40%나 뛰었다.
그러나 장기적 운임비 인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펜하겐 소재 시인텔 컨설팅의 라스 옌슨 CEO는 한진 사태로 인한 운임 인상 효과는 최소화되고 곧 다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해운업계는 이미 글로벌 무역량 둔화로 인한 역풍을 맞고 있었다. 선사들은 선박을 주문하기는커녕 보유 선박 정리에 바빴고 주요 해운업체들은 동맹체 설립, 선박 공유 등을 통해 비용절감에 힘써왔다. 특히 현재 물류 대비 선박 공급량은 30%나 초과한다.
S&P글로벌플래츠의 프라디프 라잔 물류 에디터는 CNBC에 “한진 사태는 선박 과잉공급이 시장을 죽이는 현 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뉴욕소재 카라차스 해양자문의 바질 카라차스는 “한진의 법정관리는 업계의 핵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물동량이 거의 늘지 않는 상황에서 물류를 싣겠다는 선박만 너무 많은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노무라는 현지시간 31일 리서치노트에서 한국 해운사들이 리스 선박의 용선료를 2010년에 높은 수준으로 체결했는데 이후 실제 운임률이 급락하면서 특히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물류량의 3%를,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물류량의 10%를 운송하는 한진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세계적인 파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그리스의 다나오스, 나이보스, 캐나다의 시스팬 등 한진해운에 선박을 리스해주던 선주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진은 총 98척의 선박 중 61척을 빌려 쓰고 있다. 다나오스는 한진 사태로 5억6000만 달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소매업체들 역시 중요한 쇼핑시즌을 앞두고 물품을 받지 못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월마트 등 미국 소매업체들은 발이 묶인 물류의 가치가 “수백만 달러에 이른다”며 상무부에 사건 해결을 위한 개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WSJ는 이번 한진 사태는 글로벌 해운업계의 불황을 상징하는 만큼 생존을 위한 업계 통합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비교적 주머니가 두둑한 해운업체인 덴마크의 AP 몰러-머스크, 프랑스의 CMA CGM SA, 독일 하팍로이드 등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앞서 CMA CGM SA은 싱가포르의 넵튠 오리엔트를 25억 달러에 인수했고, 하팍로이드 역시 지난 6월 중동 최대 해운사인 UASC와 합병에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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