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대한항공 등 그룹 계열사들을 총동원해 지원을 펼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은 글로벌 교역 부진과 수요를 넘어선 해운사들의 공급에 따른 운임하락 장기화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성과를 이루지 못한 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길로 접어들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작년 말 기준 자산 7조3852억여원, 매출 7조6696억여원으로 한진그룹 내에서 대한한공(자산 23조489억원, 매출 11조2084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회사다.
법정관리 개시로 당장 파산 위기에선 벗어났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현대상선에 매각하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의 정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진그룹에서의 퇴출은 시간문제가 됐다.
재계 순위 하락보다 더 큰 우려는 육·해·공 통합 물류 사업이라는 시너지가 사라져 향후 물류사업에 있어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대주주였던 대한항공은 지난 수년간 시황 침체로 인한 한진해운 지분 가치 하락 및 영구채권 평가 손실로 지난 1분기 17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는 2508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한 이후 지원 과정에서 부채비율도 1000%(2분기 기준)를 넘어섰다.
신용등급 하락도 우려된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신용평가는 대한항공, ㈜한진 등 주요 계열사의 차입금 관련 차환위험 증대 등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인천을 기반으로 한 육상운송업체 (주)한진을 모태로 하는 한진그룹은 1962년 정부로부터 대한항공공사(현 대한항공)를 불하 받아 항공운송사업에 뛰어들었고, 1977년에는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한진해운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해운시장 불황으로 정부가 해운산업합리화 계획을 추진하면서 매각 대상에 나온 대한선주를 현대상선과 경합 끝에 1988년 인수에 성공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창업동지이자 의형제를 맺었던 허기 한진그룹 사장은 대한선주 인수후 “이로써 육·해·공 통합 복합운송그룹으로 도약했다고”고 자평하며 감격스러워했다.
이후 한진그룹의 사세는 성장곡선을 그렸고 한진해운은 세계 7위 해운업체, 대한항공은 세계 1위 항공운송업체로 성장하며 육해공을 아우르는 통합 물류 사업자로서의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
하지만 그 위상은 2세 경영체제로 들어서면서 오래 가지 못했고, 한진해운은 청산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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