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G20 정상회의에서 거침없이 서방세계와 충돌한 중국이지만, 러시아와는 다시 한번 밀착행보를 과시했다. 시진핑 주석은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야말로 '화기애해한' 정상회담을 갖고 양자협력 강화, 국제현안에 대한 공조 강화 등에 뜻을 모았다.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상대국의 국가 주권과 안전(안보), 발전이익을 수호하려는 노력을 확고히 지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국가안보 분야에서의 협력까지 강화해나가겠다는 뜻이다. 푸틴 대통령도 "무역투자, 금융, 에너지, 과학기술 등 분야별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러시아는 G20의 중요한 회원국"이라며 G20 회의 준비과정에서 러시아와 긴밀히 공조했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푸틴 대통령을 사실상의 G20 주빈 정상으로 예우한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4일 오후 G20 개회식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시 주석의 옆자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내 차지하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시 주석과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G20 정상 가운데 중국이 가장 우대하는 주빈의 모습을 과시했다. 이어 G20 원탁회의에서도 푸틴 대통령의 위치는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 왼쪽자리였다. 시 주석의 오른편에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위치했다. 통상 G20 원탁회의에서는 의장국의 왼편에 다음 G20주최국이 앉는다. 때문에 다음 의장국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시 주석 왼쪽자리를 앉을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시 주석의 왼쪽 자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반면 지난 3일 오바마 대통령의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이 항저우 사오산(蕭山)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미국과는 파열음이 나왔다. 통상 외국 정상의 전용기가 공항에 도착하면 앞쪽 문에 레드카펫이 깔린 계단이 마련되는데, 이날엔 계단이 마련돼 있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은 전용기 중간 계단을 통해 내려와야 했다.
또한 회담장에서는 백악관 의전팀과 비밀경호국이 보안검색대에서 발이 묶여있는 상황에, 백악관 직원들을 돕는 중국 정부 관계자와 보안검색 담당 관계자 간의 말다툼이 벌어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중국측은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공동 기자회견 요청을 거절했으며, 회담장의 기자단 출입을 놓고도 마찰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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