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최근 부장검사가 동창 사업가와 부적절한 돈거래로 대검찰청의 감찰을 받고, 부장판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등 또다시 법조비리가 불거지면서 법조계 자체 개혁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 뇌물수수 구속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자구책까지 내놨지만 거센 비난 여론을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청사에서 전체 대법관과 고위 법관 40여명이 참석해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 법관의 잘못된 처신이 법원 전체를 위태롭게 하고 모든 법관의 긍지와 자존심을 손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 대법원장은 "가장 크게 실망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은 묵묵히 사법부를 향해 변함없는 애정과 지지를 보내면서 법관이 우리 사회의 소금이 되기를 절실히 기대하고 믿어 온 국민들"이라며 "먼저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하고 깊은 자성과 절도 있는 자세로 법관의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양 대법원장은 "청렴성에 관한 신뢰 없이는 사법부의 미래도, 법관의 명예도 없다"며 "오늘 회의가 사태의 전말을 정확하게 파악한 위에서 허심탄회한 회의를 통해 그 원인과 문제점을 진단해 더 이상 법관의 도덕성에 관한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양 대법원장은 전날 늦은 시간까지 A4 용지 10장 분량의 사과문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장이 법관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며 10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10년만에 발표하는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임에도 법원을 향한 비난의 화살을 막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최민호 수원지법 판사가 사채업자에게 사건 청탁과 함께 뒷돈을 받고 구속된 지 2년도 안 돼 또다시 현직 판사가 구속됐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대법원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방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이번에도 똑같이 되풀이되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곤두박질친 것이다.
지난달 2일에는 심모 대법원 부장판사가 성매매를 저질러 형사 입건까지 되면서 법관이 갖춰야 할 도덕성까지 타락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검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넥슨 주식 등 9억5000만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사장 최초로 구속기소된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이 일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이번 김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이 터졌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비리에 연루된 홍만표·최유정 변호사 사건도 올해 들어 법조에서 일어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5년 사이 '떡값 검사', '벤츠 여검사', '로스쿨 검사 성추행', '검찰총장 혼외자 파문' 사건 등 법조계 큰 사건들이 터져왔었다.
서울고법 A부장판사는 "매번 법조비리가 일어날 때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말을 국민이 이젠 믿지 않는다"며 "국민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선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관 출신 B변호사도 "올해 법조 비리만 해도 10건 가까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법조계를 신뢰할 수 있겠냐"며 "판검사, 변호사 할 것 없이 법조인의 자세부터 뜯어고쳐야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법원과 검찰이 자체적으로 개혁하는 방안이 아니라 국민이 참여해 감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법조계 스스로가 자체적으로 개혁하기엔 이미 늦었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