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설득 못하는 정부…향후 구조조정에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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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0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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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격적인 구조조정도 아닌데 컨트롤타워 붕괴

  • 지역감정 악화 등 첫 단추부터 삐걱…총체적 부실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한진해운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향후 기업 구조조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정부가 매끄러운 수습을 하지 못하자, 관련 지역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붕괴 직전이다.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든 것이 벌써 1년이 넘었는데, 후폭풍에 대한 전망조차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앞서 자자체를 설득하지 못한 부분도 한진해운 사태를 키운 결과 중 하나로 꼽힌다. 앞으로 조선업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거제시와 같은 지자체 반발을 정부에서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부산은 한진해운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지자체다. 투쟁까지 불사하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어 민심을 추스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한진해운 살리기 부산시민비상대책위원회(가칭·이하 비대위)를 결성해 정부를 상대로 공식 투쟁에 들어갔다.

비대위는 7일 오후 2시 서울 칼 빌딩 앞, 오후 4시 금융위원회 앞에서 한진해운 살리기 대규모 투쟁집회를 계획 중이다. 부산항 물류사업 관계자 등 500여명이 집단 상경해 정부 지원을 촉구할 방침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해운산업은 글로벌 네트워크 물류사업으로 해운이 망하면 부산항도 위험하기 때문에 한진해운을 살려야 부산항과 항만관련산업의 연쇄부도를 막을 수 있다”며 “정부가 10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놨지만, 이와 별도로 상경투쟁을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경제와 밀접한 관계에 놓인 조선·화학 등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업종들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의 구조조정 해법이 ‘일자리’에 집중된 부분도 지자체 입장에서는 불만이 큰 이유다.

그러나 정부는 추경으로 구조조정 후폭풍을 최소화한다는 것 이외에는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한진해운 사태 수습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신뢰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조선업 등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간 줄다리기가 계속돼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제기되자, 정부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했다.

뒤늦게 신설된 관계장관회의는 원론적인 입장만 조율하는데 그쳤다. 결국 한진해운 선박 압류 등 물류 혼란이 현실화되자, 정부는 지난 4일 해양수산부에서 운영 중인 비상대응반을 ‘관계부처 합동대책 전담반(TF)’으로 확대 개편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한박자 늦은 대응과 안이한 위기의식이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해운업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음에도 정부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탓에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진해운은 지난 2009년부터 조짐이 있었는데, 정부가 안일한 생각에 빠졌다가 놓쳤다”며 “지난해 12월 미증유의 경제위기 예견에도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일부 시각에 매몰돼 정부가 구조조정 시점을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옛날처럼 정부가 나서 물적 자원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는 없다”며 “정부가 어젠다를 세팅하고, 의제를 환기시키는 솔루션 위원회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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