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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책을 만나다] 금붕어의 '일탈'로 본 인간 세상의 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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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0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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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시볼 | 비구름이 모일 때 | 소년, 꿈을 찾아 길을 나서다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 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피시볼' 브래들리 소머 지음 |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펴냄
 

'피시볼' [사진=북폴리오 제공]



"그런데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어, 숨을 못 쉬겠어. 젠장, 지금 고층건물에서 떨어지고 있잖아!"(본문 19쪽)

27층 꼭대기 집 어항 속에서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금붕어 이언은 '생각은 줄이고 행동하라'는 금붕어 철학에 따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공중으로 튀어 오른다. 인도와 맞닥뜨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초. 이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 책은 금붕어의 시선으로 인간 세상의 주요 순간들을 그린 소설로, 이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찰나의 순간 아파트 칸칸이 들어찬 세입자들의 사랑과 이별, 탄생과 죽음 등 저마다의 운명을 보여준다.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바람둥이, 폰섹스 서비스를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는 은둔형 외톨이,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는 건물 관리인 등 고독한 소시민들이 서로 교차하는 그 순간은 그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 중요한 사건이 된다. 

이언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자신의 안락한 어항을 과감히 탈출한 것처럼 그들 역시 자신만의 어항에서 벗어나려 움직인다. 사랑보다는 단지 욕정을 푸는 것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가면을 쓰는 것이, 집 안으로 누군가를 들이기보다는 모르는 척 문을 닫아거는 것이 익숙한 이들은 처음으로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이것이 '진짜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보다는 혐오가 넘쳐나고, 자신은 한번도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소외감이 팽배한 이 도시의 삶도 결국 서로에게 관여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소설은 방증하고 있다. 

380쪽 | 1만3800원


◆ '비구름이 모일 때' 베시 헤드 지음 |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펴냄
 

'비구름이 모일 때' [사진=문학동네 제공]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가 극렬하던 1960년 전후 남아프리카공화국. 20대 초반의 베시 헤드는 아프리카 사회에 만연한 여러 문제를 톺아보고 개선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범아프리카회의(PAC) 활동을 하다 체포된 이후에는 혼자서 '더 시티즌'이라는 독립 신문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그가 남아공의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보츠와나로 망명했던 시기 작가로서의 첫 명성을 얻게 해준 작품이다.
 
당시 영국 보호령이던 보츠와나로 건너가긴 했지만, 그는 난민 신분으로 시민권 없이 15년간 그곳에서 방황해야 했다. 그의 경험은 이 소설의 주인공 '마카야'에게 고스란히 투영돼, 새로운 삶을 꿈꾸는 기제로 작용한다.

흑인을 '보이' '개' '캐퍼'(깜둥이) 등으로 부르는 곳에서 죽음과 폭력에 지친 마카야는 어느날 백인 길버트 밸푸어를 만나고, 그와 함께 새로운 땅을 일구는 역사에 동참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마을 주민들의 구습과 편견,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정치인, 흑인 공동체 내의 또다른 폭력과 음모 등에 맞부딪친다.  

헤드는 ​이 소설에서 아프리카가 어떻게 화합과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을지, 정치적 압제로부터 풀려나 인간의 존엄을 회복할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죽은 자를 묻기 위한 구덩이가 빗물을 모아두는 생명의 저수지로 바뀌고, 언제 죽을지 모를 정치범 동료들과 함께 갇혀 있던 감옥의 가시철조망이 아늑한 농장 울타리로 바뀌는 사례들은 '조화'와 '평화'를 갈망하는 저자의 마음을 대변한다. 

서구 중심의 영문학사에서 지배·착취·학대 대상으로만 다뤄진 흑인 사회를 중층적이고 다층적으로 들여다본 소설의 등장이 반갑다. 

328쪽 | 1만4000원


◆ '소년, 꿈을 찾아 길을 나서다' 김범수 지음 | 책읽는귀족 펴냄

 

'소년, 꿈을 찾아 길을 나서다' [사진=책읽는귀족 제공]



김범수는 "나, 정말 문제 있는 거야?"라며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때로는 실수도 저지르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다만, 항상 질문이 많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은 열정이 넘치며 자신의 꿈에 대한 탐색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점은 남들과 조금 다른 면이다. 어린 아이들의 질문에 유난히 인색한 대한민국에서 항상 "왜?"를 달고 살며, 구박 아닌 구박도 많이 받았던 소년이 길을 나섰다. 

김범수는 히말라야를 두 번 다녀왔고, 지난해엔 교환학생으로 알라스카 땅도 밟았다. 그는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경험해보고 싶었고, 그간의 경험들을 통해 '가지 않으면 길이 없다'는 진리를 깨쳤다. 그는 "예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내 앞에 버티고 있는 산을 또 넘을 것이다. 역시나 힘들겠지만 늘 그랬듯이 즐기는 마음으로, 그리고 나 자신을 믿고서! (중략) 포토저널리스트라는 내 꿈을 싣고 세상을 향해 아름답게 비상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다니던 중학교 강당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던 글귀인 '승자는 눈을 밟아 길을 만들고, 패자는 눈이 녹기를 기다린다'라는 문장을 좋아한다며 그것이 바로 그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이라고 명토박는다. 꿈이 없는 청소년들이 문제가 아니라, 꿈을 꿀 수 없게 하는 현실이 더 큰 문제인 21세기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당찬 소년이다.  

이 책은 물론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본 이야기이지만,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자신만의 경험을 통해 한 뼘씩 성장하는 모습은 그 누구에게나 유효한 의미를 지닌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세간의 명언은 김범수의 다른 이름이 아닐는지. 

296쪽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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