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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8월 29일 지하철 1호선을 방문해 승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새누리당 ]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오는 10일이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영남이 '텃밭'인 새누리당에서 최초의 호남 출신 대표라는 기록을 쓰는 등 시작부터 그의 행보는 '파격'이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평가는 엇갈린다. 소극적인 당청관계와 현안에 대한 침묵에 대해 비판이 거세다. 특유의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리더십)'은 오히려 당 대표로서의 카리스마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선 정국이 본격 시작되면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잠시 봉합돼 있는 것처럼 보이나, 대선 경선이 시작되면 계파 갈등은 또다시 수면위로 올라올 수 있다. 대표의 리더십이 더욱 절실한 때다.
7일 이정현 대표는 빽빽한 일정을 수행했다. 전날 방문했던 경기도 파주의 한 군부대에서 잠을 잔 그는 병사들과 함께 아침 점호와 구보를 함께 했다.
다시 서울로 올라와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후 세종로로 넘어가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지역 센터장들과 간담회를 했다. 오후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에도 참석했고, 의원회관에서 진행되는 토론회도 갔다. 이 모든 게 이날 하루에 진행됐다.
일요일이던 지난달 28일 오후에는 예고없이 마포 소방서를 찾아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즉석에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당 정책위에 소방공무원 근무 실태 등을 설명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책 현안 챙기기에도 나서는 광폭 행보도 보이고 있다. 취임 직후 그가 진행했던 전기요금 누진제 관련 당정 협의회를 비롯해, 콜레라와 집단 식중독 관련 당정협의와 충남 서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진행한 현장 당정 간담회, 지난 6일 있었던 한진해운 관련 당정간담회 등이 대표적이다. 통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중심으로 진행돼 오던 당정을 당 대표가 직접 챙기며 민생 현안에 대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당의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만나 "일단 부지런하지 않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정치권이 맞추는 그런 '섬김'의 자세가 어필이 될 것 같다"면서 "저는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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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그의 행보가 사실상 대선 정국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박근혜의 복심'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던 이 대표는 이제 '청와대의 아바타'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다변가에 가까운 그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에 입을 닫고, 최근의 교섭단체 연설도 청와대의 입장과 상당부분 비슷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수평적 당·청 관계를 기대했던 당내에서는 수직적 당·청 관계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비박(비박근혜)계의 한 의원은 기자와 만나 "청와대 비서 정치인처럼 국민들이 느끼는 게 안타깝다"면서 "청와대 추종에서 벗어나 당의 입장에서 좀더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사실상 시작된 상황에서 여당에서도 대선 후보자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면, 이 대표의 존재감은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에 대해 "청와대의 입장에서 보자면 100점 만점에 100점, 당의 입장에서는 불합격점, 국민의 입장에서는 최악"이라며 "청와대의 코드에 맞춘 언행, 친박(친박근혜) 사람으로서 부족한 카리스마나 정치역량 때문에 국민의 공감을 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호남에 대한 구애 역시 출신이 호남이라는 점을 극대화 하기 위한 '정치쇼"라며 "대선정국이 시작될 경우 이 대표의 존재감은 사라지게 되므로 현재로서는 출신 지역을 강조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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