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야구 해설가 하일성(67) 씨가 사망했다.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그는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하일성은 앞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아내에게 “사기 혐의 피소는 억울하다. 사랑한다. 미안하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유명 야구 해설위원이자 명예로운 야인으로 살던 그는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일성이 사망 전 잇따라 사기 사건, 피소, 음주운전 방조죄 혐의 등으로 각종 구설에 휘말려 힘든 시기를 보냈다. 특히 그는 수년 전 절친하게 지냈던 부동산 업자의 말에 속아 100억원 상당의 빌딩을 날린 후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A씨로부터 3000만원의 빚을 갚지 못해 사기혐의로 피소 당했다. 당시 A 씨는 “(하일성이) 빌딩에 붙은 세금 5000만원이 밀렸다며 세금을 내고 돌려주겠다고 3000만원을 빌렸지만 갚지 않았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하일성 측은 “빌딩 소유를 빌미로 돈을 빌린 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경제난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하일성의 이 같은 경제난에는 앞선 부동산 업자에게 100억원대 빌딩 사기를 당해 양도세 등 세금 등으로 인한 빚 10억원까지 떠안게 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꾸준히 채무 변제를 위해 노력하며 재기에 대한 희망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그는 방송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못했을 때 우울증에 걸렸다”고 밝히기도. 앞서 하일성은 2002년 심근경색으로 세 번의 수술을 받은 바 있다.
하일성의 구설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7월 하일성의 부인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가던 중 사고를 냈는데, 당시 부인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서 음주운전 방조죄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또 같은달 하일성은 프로구단 입단 청탁을 빌미로 5000만원을 받아 사기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 재판으로 넘겨지기도 했다.
당시 하일성의 지인은 5000만원을 하일성이 운영하던 회사 계좌로 송금했지만, 지인의 아들이 프로구단에 입단하지 못하자 하일성을 고소한 것이다. 하일성은 프로구단 입단 청탁은 없었으며, 그냥 빌린 돈이라 주장했지만 각종 악재들이 그를 안타까운 상황으로 몰고 갔다는 게 주변 지인들의 전언이다.
한편 하일성은 지난 1964년 야구선수 생활을 시작해 1979년 KBS 배구 해설위원이던 오관영의 권유로 동양방송(TBC) 야구해설위원으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이후 1982년 KBS 스포츠국 야구해설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06년 5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제11대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으로도 역임했으며, 2009년 10월 한국시리즈 단 두 경기 중계를 위해 KBS 야구해설위원으로 임시직이지만 다시 방송에 복귀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KBS 스포츠채널 KBSN 프로야구 해설자로 꾸준히 활약하며 많은 야구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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