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두 병원을 통합 운영했더니 좋은 게 너무 많아 탈입니다. 하하하”
승기배 서울성모·여의도성모병원 통합 병원장은 8일 연신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기자들을 대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이렇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병원계에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2차(여의도성모)-3차(서울성모) 의료기관의 통합 운영, 이른바 ‘원호스피탈 통합운영 제도(One Hospital System)’ 시행 1주년의 성과가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당장 두 병원의 수익이 동반 상승했다. 서울성모병원의 올 상반기 매출액과 일평균 외래환자 수는 작년 동기대비 각각 10.1%, 11.7% 증가했다. 여의도성모병원도 같은 기간 매출액과 일평균 외래환자수가 각각 17.6%, 15.6% 늘어 경영 호조를 보였다. 특히 서울성모병원은 올 상반기 일평균 외래환자가 8112명으로 개원 이래 최고치를 기록, 병상 가동률도 94%로 사실상 ‘만실’ 상태다.
두 개의 병원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함께 움직이면서 병원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혜택도
늘었다. 가장 편리한 점은 두 병원 의료진의 ‘교차진료’다. 서울성모병원의 명망 있는 교수가 여의도성모병원으로 가, 환자를 진료하고 필요한 경우 수술까지 하는 방식이다. 현재 외과, 순환기내과, 정형외과, 혈액내과, 안과, 신경과, 비뇨기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총 9개 임상과 교수진 18명이 교차진료에 임하고 있다.
교차진료의 호응도는 외래환자 수 폭증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통합운영을 시행한 이후 올해 7월까지 여의도성모병원 순환진료과의 경우 외래환자수가 3900여명으로, 교차진료 도입초기 대비 순환진료과를 찾은 외래환자 수는 약 30배 증가했다. 2차 의료기관인 여의도성모병원 환자들은 3차 병원인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에게 ‘같은 값’으로 수준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으니 호응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두 병원의 통합운영으로 총 1814병상(서울성모병원 1356병상, 여의도성모병원 458병상)을 확보하게 되면서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온 환자가 무조건 대기하는 수고도 덜게 됐다. 병원 측에서 무상으로 앰뷸런스를 지원해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연계, 환자의 대기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시너지’를 내며 두 병원이 ‘동반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두 병원은 서로 공조하면서도 특화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미 3번의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 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인증을 받은 서울성모병원은 고기능·최첨단 병원으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혈액암(백혈병) 등 고위험 암 치료와 연구중심 병원 역할에 주력하고, 여의도성모병원은 급성기·만성환자 위주로 가톨릭 영성구현의 핵심병원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여의도성모병원은 가톨릭 영성구현과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 고위험 산모와 미숙아 통합치료센터를 구축하는 한편 치매 국내 최고 수준의 가톨릭 치매인지기능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승 병원장은 “서울성모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이 교차진료 확대와 각각 차별화된 특성화 병원 시스템을 구축해 ‘하나의 병원, 두 개의 분원’ 개념으로 기능을 통합,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면서 “지난 1년간 시행한 경험을 더욱 보완해 ‘원호스피탈’ 모델을 정착시켜 국내 빅 3 병원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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