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박선미·류태웅 기자 =삼성전자가 비주력사업인 프린터 사업을 휴렛패커드(HP)에 매각키로 최종 결정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이르면 12일께 발표할 예정이며 매각 규모는 2조원대 안팎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 10여 년간 프린터 사업부문을 키우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면서 “삼성그룹의 주력 사업군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적다고 판단해 매각키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초 글로벌 기업인 NCR과 손을 잡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 지역에 프린터 B2B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으나 장벽이 높은 B2B 시장과 경쟁사들과의 과열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 주변 여건에 따라 초창기 프린터 사업을 공동 진행해 왔던 HP에 매각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프린터 사업의 매출은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소비자가전(CE)부문에 함께 묶여 공시된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CE부문의 매출은 22조1702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3% 증가했다.
또한 프린터 사업 매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됐다.
핵심사업과 관련이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접고, 더 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업체에게 넘기겠다는 것이 그의 경영전략이다. 한화그룹에 방산·석유화학 계열사 매각, 롯데그룹과의 유화 계열사 매각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광고업계 1위인 제일기획은 해외 매각이 철회됐지만, 독자생존이 안될 경우 언제라도 매각설에 휩싸일 수 있다.
이밖에 주택 브랜드 1위인 삼성물산 주택사업부문, 삼성중공업 등도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반면 핵심사업인 전자·바이오·금융 등 삼성이 잘 할 수 있는 사업에는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게 한 스마트폰과 반도체 사업은 그룹내 핵심 계열사다. 고령화 시대로 바이오시장에 먹거리가 더 커졌고,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한 금융 사업은 삼성금융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같은 사업 재편은 올들어 삼성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수요사장단협의회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사장단 강연주제는 주로 인공지능(AI), 바이오에너지, 스마트카, 가상현실(VR) 현황 등이었다. 이는 삼성이 신성장 사업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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