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북한이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한을 '겉으로는 비판하면서 속으로는 감싸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오늘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고려하지 않고 다시 핵실험을 진행했다"면서 "우리는 조선(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관련 결의를 준수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그 어떤 행동도 중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북한 핵실험에 대해 강한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이다. 이로써 중국이 향후 있을 UN 대북제재 결의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을 더욱 강도높게 제재할 것이라는 관측에는 의견이 갈린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을 전략적 가치를 가진 '버퍼존'이라는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특히 최근 사드와 남중국해 등을 둘러싸고 한미과 갈등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인식은 더욱 강화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한미 등 국제사회를 향해 대화와 협상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더욱 키울 수도 있다. 실제 중국은 이날 성명에서도 6자회담을 통한 문제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7월말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무대에서는 2년 만에 북중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며 '해빙 무드'를 이어간 바 있다.
또한 북한은 중국에 핵실험 계획을 사전에 통보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5차 핵실험에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지난 6일, 북한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이 8일 오후 베이징을 각각 방문했다. 최 부국장과 김 부부장이 중국을 방문해 5차 핵실험 계획을 통보했거나 핵실험계획을 암시했을 것이라는게 베이징 외교가의 관측이다.
북한은 한미와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제(사드) 문제로, 미중이 남중국해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정세의 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확고한 핵무장 의지가 5차 핵실험의 배경이 됐겠지만 동북아의 갈등 구조 속에서 국제사회가 추가제재에 나서도 북한이 숨 쉴 틈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