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오진주 기자 = “처음 장사 시작했을 때는 저녁만 되면 대림동 중앙시장 거리가 깜깜했습니다. 그랬던 이곳이 지금은 밤이면 명동처럼 거리가 환합니다.”
6년 전 대림2동에서 슈퍼마켓을 연 정원식(68)씨는 “밤에 나 혼자 이 거리에서 불을 밝히고 있을 때가 많았다”며 중국인들이 들어오기 전 이곳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중국 심양시에서 와 2012년에 귀화를 한 조선족이다.
9일 찾은 대림2동,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나오면 중국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코를 찌른다. 12번 출구부터 대림 중앙시장 입구까지 약 300m를 걷는 동안 거리 양쪽에는 중국어 간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순수 한국어로 된 간판은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의 대표 음식인 양꼬치 식당은 거의 모든 상가에 들어서 있다. 식당 사이에는 추석을 앞두고 월병을 파는 식품점 직원이 중국어로 호객을 하고 있다. 이곳은 서울 속 중국, ‘대림동 차이나타운’이다.
중국인들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림동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매매가격이 저렴한 대림동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처음에는 식당을 매입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약국 같은 특수 업종을 제외한 미용실·노래방 등 일반 서비스업도 중국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2년 법무부가 재외동포비자(F-4) 발급을 확대면서 조선족들의 대림동 진출이 많아졌다.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곳 거주민 80% 이상이 조선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권리금은 부르는 게 값이 돼버렸다. A중개업소 대표는 “66㎡(20평) 이하 상가 건물 권리금은 1억원 이상부터 시작한다”며 “권리금만 3억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 상가를 구하려고 공인중개업소를 찾는 중국인들이 많다”며 “지금은 매물이 나오면 바로바로 거래된다”고 전했다.
대림동에 슈퍼마켓을 연 정원식(68)씨는 “영등포구에 중국 동포를 포함한 중국인 17만명이 살고 있고, 그중에서 2013년엔 대림1~3동에만 2만5000명이 살았는데 지금은 4만명이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입의 대부분은 유커 중심의 수입 보다는 대림동에 상주하는 중국인들을 통한 수입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드 한국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사드는 현실적으로 정해진 게 없지 않느냐”며 “요즘 주민들이 많이 안 보이는 건 춘절을 앞두고 중국 고향으로 갔기 때문이다.”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114의 김민영 대리는 “대림동에 중국인들이 많이 들어가면서 상가 임대료가 상승했다”며 “대림동 상가 매물 자체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수요가 많아져 매매가격이 올랐고 앞으로 임대료도 오를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김민영 대리는 그러나 대림동 상권은 관광업계 경기에 민감한데다 한국인들의 중국인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상권이 지속적으로 발전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을 표했다. 그는 “최근 중앙시장 내 건물 8동을 중국인이 매입했다는 소문이 도는데 확인된 바는 없다”며 투자 시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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