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이슬람 성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중동의 9월 정기 성지순례(hajj·하지)가 시작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는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순례하는 행사로 이슬람 교도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종교 의무 중 하나다. 모든 무슬림은 일생에 1번 이상 의무적으로 하지에 참여해야 한다. 정기 성지순례에는 매년 150여 개국에서 200만 명 안팎의 무슬림이 모여 닷새동안 종교의식을 치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성지순례에는 이란이 불참하게 되면서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지난 6일 이란의 순례단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란에서는 매년 통상 평균 6만 4000여 명이 정기 성지순례에 참가한다.
양국은 성지순례를 두고 거듭된 논의에도 합의를 보지 못했다. 사우디는 이슬람 발상지로서의 종교적 권위를 바탕으로 하지 관리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잡고 이란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 수, 비자 발급 장소, 순례객 안전 대책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지난해 하지 참사 이후 순례객의 안전 보장 대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해 하지 당시 메카 대성전에 있던 대형 크레인이 쓰러지면서 최소 111명이 숨지고, 메카 인근에서 치러진 종교 의식 도중에는 순례자들이 몰리면서 2000명 이상이 압사하는 인명 피해가 일어났다.
이란 내에서는 "종파 갈등을 떠나 이슬람 교도의 중요한 의무를 거부하는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사우디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교 대립을 떠나 성지순례길마저 막히면서 중동 지역의 정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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