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에서 꿩으로
심재(心齋)
(공자와 제자 안회와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안회: 단정하고 겸허하며, 근면하고 심지(心志)를 곧게 가지면 될까요?
너에게 다시 말하는데, 먼저 재(齋)하라. 네 마음속에 들어있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가서 일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안회: 저의 집은 가난해서 술도 마시지 못하고, 양념한 음식을 먹지 못한지가 몇 개월이 지났습니다. 이런 것을 ‘齋’라 할 수 있습니까?
공자: 그건 제사 때의 재계(齋戒·제사 때 몸을 깨끗이 함을 말함)일 뿐이고 심재(心齋·마음을 맑게 함)가 아니야.
안회: 어떻게 해야 심재 할 수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공자: (공자가 심재의 요령에 관하여 설명한다.)
① 먼저 마음속으로 만들어 (이미) 가지고 있는 어떤 관념을 버리고 심지를 하나로 모으라.
② 그리고 귀로 듣지 말고, 심령(心靈)으로 맞이하라. 귀는 외물(外物)의 소리를 들을 뿐이지만, 심령은 외물의 기(氣)와 통한다.
③ 그런 다음에 외물의 氣에 감응(感應)해라. 氣는 허(虛)한 상태에서만 감응되는 것이고, 道는 虛에만 모인다.
④ 이 虛라는 것이 곧 심재(心齋)이니라.
명리(名利)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 다른 사람이 들어주면 너의 말을 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말하지 말라. 항상 마음을 놓지 말고, 어찌할 수 없는 곳에서는 머무르고 운명에 맡겨라. 그러면 그런대로 괜찮을 것이다. 걷지 않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건 쉬운 일이지만, 땅위를 걸으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날개로 난다는 말은 들었겠지만, 날개 없이 난다는 말은 못 들었을 것이야. 지식이 있어서 사물을 이해한다는 말은 들었겠지만, 지식이 없는데도 사물을 인식한다는 말도 또한 못 들었을 것이야.
저 텅 빈 방을 보아라. 공허한 방이어야 명랑한 기운이 생겨나는 법이야. 이를 ‘허실생백(虛室生白)’이라 하지. 그러한 곳에 좋은 기운이 머무르는 것이야. 만일 마땅히 좋은 기운이 머물러야 할 곳에 머무르지 못한다면, 이를 ‘좌치(坐馳 정신이 산만함)’라 부르니라. 눈과 귀를 다스려 마음 안에 머무르게 하고 상념을 밖으로 버리면, 귀신(鬼神·이 대목에서는 신통력을 일컬음)도 들어와 머물 텐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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