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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장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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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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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승 양방웅의 노자와 장자 이야기
나비에서 꿩으로

심재(心齋)

(공자와 제자 안회와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안회: 단정하고 겸허하며, 근면하고 심지(心志)를 곧게 가지면 될까요?

공자: 아니, 안 되지. 위(衛)나라 임금은 심성이 독하고 고집이 세서, 보통사람들은 누구도 감히 그의 뜻을 거스르지 못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짓눌러버리고 무엇이든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해버리지. 네가 매일 작은 덕으로써 그를 감화시키려 한들 씨알도 먹혀들지 않을 텐데, 하물며 큰 덕이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는 고집불통이라 누구도 변화시킬 수 없어. 겉으로는 들어주는 척할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딴 생각할 텐데, 그러니 어찌 너의 방법으로 그와 소통할 수 있겠느냐?
너에게 다시 말하는데, 먼저 재(齋)하라. 네 마음속에 들어있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가서 일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안회: 저의 집은 가난해서 술도 마시지 못하고, 양념한 음식을 먹지 못한지가 몇 개월이 지났습니다. 이런 것을 ‘齋’라 할 수 있습니까?

공자: 그건 제사 때의 재계(齋戒·제사 때 몸을 깨끗이 함을 말함)일 뿐이고 심재(心齋·마음을 맑게 함)가 아니야.

안회: 어떻게 해야 심재 할 수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공자: (공자가 심재의 요령에 관하여 설명한다.)
① 먼저 마음속으로 만들어 (이미) 가지고 있는 어떤 관념을 버리고 심지를 하나로 모으라.
② 그리고 귀로 듣지 말고, 심령(心靈)으로 맞이하라. 귀는 외물(外物)의 소리를 들을 뿐이지만, 심령은 외물의 기(氣)와 통한다.
③ 그런 다음에 외물의 氣에 감응(感應)해라. 氣는 허(虛)한 상태에서만 감응되는 것이고, 道는 虛에만 모인다.
④ 이 虛라는 것이 곧 심재(心齋)이니라.

명리(名利)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 다른 사람이 들어주면 너의 말을 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말하지 말라. 항상 마음을 놓지 말고, 어찌할 수 없는 곳에서는 머무르고 운명에 맡겨라. 그러면 그런대로 괜찮을 것이다. 걷지 않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건 쉬운 일이지만, 땅위를 걸으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날개로 난다는 말은 들었겠지만, 날개 없이 난다는 말은 못 들었을 것이야. 지식이 있어서 사물을 이해한다는 말은 들었겠지만, 지식이 없는데도 사물을 인식한다는 말도 또한 못 들었을 것이야.

저 텅 빈 방을 보아라. 공허한 방이어야 명랑한 기운이 생겨나는 법이야. 이를 ‘허실생백(虛室生白)’이라 하지. 그러한 곳에 좋은 기운이 머무르는 것이야. 만일 마땅히 좋은 기운이 머물러야 할 곳에 머무르지 못한다면, 이를 ‘좌치(坐馳 정신이 산만함)’라 부르니라. 눈과 귀를 다스려 마음 안에 머무르게 하고 상념을 밖으로 버리면, 귀신(鬼神·이 대목에서는 신통력을 일컬음)도 들어와 머물 텐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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