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 가운데 대중국 비중이 10년 전 약 40%에서 최근 10% 수준으로 급감해, 한국의 중국 투자 쏠림현상이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한국의 국가별 해외직접투자를 분석한 결과 대중국 직접투자비중은 2005년 39.3%까지 치솟아 투자 편중 문제가 심각했으나 이후 하락 추세가 계속되어 2015년 10.5%를 기록, 미국 비중 20.8%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고 12일 밝혔다.
대중국 직접투자 규모는 2000년 7억7000만달러에서 2015년 28억5000만달러로 15년 간 약 4배 증가했으나 2014년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한국의 신규법인 역시 2006년 2300개에서 지난해 700개로 급감했다.
일본과 미국 등 주요국 역시 대중국 직접투자가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내부로 유입되는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증가율은 2014년 –7.8%, 2015년 –6.8%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일본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2012년 134억달러를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어 2015년 87억달러로 감소했다. 반면, 일본의 대아세안 직접투자는 2015년 202억달러 규모로 중국 투자액의 두 배가 훨씬 넘었다. 미국의 대중국 직접투자도 2008년 159억달러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사업철수 등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이후 회복세를 보였으나 2015년 전년대비 4.2% 감소한 73억달러에 머물렀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총액은 2014~2015년 약 270억달러 규모로 정체되는 가운데, 대미국 직접투자 증가와 더불어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직접투자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대아세안 직접투자액은 41억6000만달러 규모로 대중국 투자금액 28억5000만달러보다 1.5배 많았다. 아세안 국가 중 투자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베트남으로 우리나라의 대베트남 직접투자는 2000년 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약 20배 늘어난 15억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의 투자 대상국별 투자 목적을 살펴보면, 대중국, 미국, 아세안 모두 지난 15년 동안 현지시장진출 목적의 투자가 10배 이상 늘어나는 공통점을 보였다. 동시에 개별대상국별로 투자 목적의 차이점도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중국은 2000년 1억1000만달러의 현지시장진출 목적의 투자가 2015년 12억5000만달러로 늘어난 반면, 저임활용 목적의 투자는 동기간 1억1000만달러에서 4000만달러로 급감해 저비용 생산기지로서의 중국 투자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국 직접투자는 현지시장진출 목적이 2000년 3억6000만달러에서 2015년 37억달러로 늘어났고, 동시에 선진기술도입을 위한 투자 역시 동기간 3억6000만달러에서 8억달러로 증가했다.
대아세안 직접투자는 현지시장진출을 위한 투자가 2000년 1억2000만달러에서 2015년 15억6000만달러로 크게 증가했으며, 특히 저임활용 목적의 투자가 동기간 3000만달러에서 5억1000만달러로 급증해 생산기지로서의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대아세안 투자는 자원개발, 수출촉진 목적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2015년 제조업 직접투자는 22억6000만달러로 전체 중국 투자 중 79.3%를 차지했고, 서비스업은 5억8000만달러로 20.5%, 농·림·수산업·광업이 700만달러로 0.1%, 건설업 500만달러로 0.1% 순이었다.
내수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업 투자가 2012년 13억4000만달러로 한때 급증했지만 최근 투자가 주춤하면서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중국 투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크게 위축된 후 회복세를 보이다가 최근 다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세부 업종별로 보면 경공업과 중공업 분야의 투자 비중이 2000년 14.4%, 41.2%에서 2015년 각각 4.6%, 17.1%로 줄어든 반면, 자동차와 전기전자는 2000년 3.0%, 25.0%에서 3015년 각각 30.5%, 35.4%로 늘어났다.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자동차, 전기전자 등 현지 소비시장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업종 중심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중국 직접투자의 감소는 중국의 성장둔화와 더불어 외자기업 우대 축소, 가공무역 규제, 생산요소 가격상승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2008년부터 자국기업(33%)에 비해 외자기업(15~24%)에 유리하였던 법인세율을 첨단 산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 25%로 단일화했다. 또한 2006년 가공무역 금지 및 제한 품목이 시범 도입된 이후 2015년에는 금지품목 1871개, 제한품목 451개로 확대되어 기존 임가공 중심의 투자 여건이 악화됐다. 특히 중국 정부의 소득분배 개선 조치로 최저임금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노동비용 압력이 가중되는 등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중국의 투자매력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글로벌 경기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기지의 다변화를 통해 투자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아세안 등 신흥국으로의 과감한 투자와 더불어 국내 투자여건을 개선해 해외 기업을 유턴시키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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