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 사태가 발생한 이후 국내 주요 증권사의 기업 리포트 가운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추거나 투자의견을 하향한 리포트는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지난 주말 삼성전자가 한국과 미국의 갤럭시노트7 이용자들에게 사용중지를 권고했지만, 이날 오전 이와 관련한 삼성전자 리포트는 단 한 건도 발행되지 않았다.
불과 한 달 전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실적 발표 이후 장밋빛 전망이 담긴 리포트를 봇물처럼 쏟아내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정부 기관인 소비자 안전위원회도 갤럭시노트7 사용을 중지하고 전원을 꺼두도록 권고했으며, 유럽 항공안전청, 일본 국토교통성 등도 기내 사용을 중지하도록 발표했다.
이 소식에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5% 가까이 내린 149만8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 리포트를 보면 리콜관련 손실에 따라 3분기 이후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추면서도 목표주가를 조정하지는 않았다. 목표주가는 통상 6개월 내지 1년 후 수익을 추정해 예상주가를 정한다.
삼성전자 리콜관련 손실은 증권사별로 최소 7000억원에서 최대 1조5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당초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 사태로 하반기에 8000억원의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봤지만, 이번 조치로 1조원까지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며 예상치를 조정했다. 다만 매수의견과 목표주가 180만원을 유지했다.
한화투자증권도 이번 리콜 조치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8조5000억원에서 7조7000억원으로 낮추면서도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80만원을 유지했다.
유진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리콜비용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지만,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낮추지는 않았다.
되레 미래에셋증권은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 사태 이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높였다.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이후 메모리 가격 상승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75만원에서 19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주요 증권사는 리콜 관련 비용이 주가에 이미 반영된 상태라 추가 조정은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관계자는 "사태를 정확하게 판단해 리포트를 발간해야 하지만, 대상이 삼성전자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며 "사태가 더 확산된다면 목표주가, 투자의견을 추가로 조정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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