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구글의 창업공간 구글캠퍼스를 동물원이라고 하지 않으면서 창조경제센터들만 동물원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12일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곳인데도 이를 정치적으로만 보는 이들 때문에 힘들 때가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철수 의원(국민의당 전 대표)은 지난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어준 것"이라며 신생 기업이 대기업과 계약을 맺으면 이익과 기술을 대기업이 독점하는 동물원에 갇히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안 의원의 주장과 달리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서로 협업하는 생태계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플랫폼을 통해 대기업이 가진 노하우와 기반, 네트워크를 스타트업에게 제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상황에서 생뚱맞게 '대기업의 독점'을 들고 나와 안 의원의 대선 주자 자질까지 의심 받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 성공사례는 무수히 많지만, 독점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토종 들기름과 참기름을 제조하는 승인식품의 경우, 경영에 한계를 겪게 되자 와인병 용기에 고급스런 라벨을 붙인 프리미엄 패키지를 도입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 수출물량이 30%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혁신상품으로 인증해 전담기업인 롯데그룹의 홈쇼핑을 통해 전국구 히트상품으로 도약했다.
바이오·화학업체 드림라임은 꼬막 껍데기를 이용한 이온화 칼슘제를 제조해 양질의 사료와 비료를 생산해 대박이 났지만, 사료업계 불황이 닥치면서 매출은 반토막났다. 이후 전남창조경제센터에 입주하게 되면서 제품의 브랜드화에 성공, 전담기업인 GS리테일에 제품을 입점시켜 매출을 끌어 올리고 있다.
전국 17개 지역에 구축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개소 1년을 맞아 의미있는 성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8월 현재 1199개 창업기업 육성, 1670개 중소기업에 대한 혁신지원으로 3058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각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성공사례로 불리는 대표적 스타트업들도 급격히 늘고 있다.
IT업계와 스타트업 업계에선 개소 1년을 갓 넘긴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긍정적인 성과가 예상보다 크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안 의원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동물원'과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은 잘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적되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장들은 동물원 지적에 대한 안 의원의 해명과 사실 설명을 위해 의원실을 연일 찾았지만, 안 의원 측은 "연락도 없이 무작정 찾아와 관제데모를 벌이고 있다"며 만남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센터 측은 사전에 미리 연락을 주고 갔다는 입장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안 의원의 노이즈마케팅일 뿐"이라며 "자신이 내뱉은 말에 대한 실수를 인정하기엔 논란이 너무 커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소통의 문을 스스로 닫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