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제공]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많이 놀라셨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같은 멘트만 반복했던 뉴스 앵커.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재난 방송주관사인 KBS는 미흡한 취재력으로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7시 44분 경북 경주시 남서쪽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KBS 1TV에서는 ‘우리말 겨루기’를 방송중이었다. 오후 8시경 3분 가량의 짧은 뉴스특보를 통해 지진 소식을 알렸지만, 이후 정규방송을 계속 이어갔다.
이날 오후 8시 32분 같은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또 발생했다. 이는 1978년 기상청 계기지진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다. 그때도 KBS 1TV는 일일연속극 ‘별난 가족’을 방송하고 있었고, 이후 또 다시 3분 가량의 뉴스특보를 내보냈지만 다시 드라마를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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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끝난 뒤 오후 9시 ‘뉴스9’에서야 지진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국가재난 방송주관사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보도였다. 취재화면 부족으로 계속 화면은 반복고, 앵커의 현장인터뷰도 "많이 놀라셨겠습니다"가 가장 많았다.
KBS 뿐만 아니다. MBC, SBS 등 지상파 3사를 비롯한 방송사들은 지진이 계속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진 대처법을 포함한 피해 상황 등에 대해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드라마 등 정규방송을 그대로 내보내거나 자막으로 대처해 비난을 받았다. 그마저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지진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국민들 입장에서 안내하는 것이 아닌 과거 지진 발생 현황 등 형식적인 내용뿐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MBC는 오후 8시경 ‘뉴스데스크’ 방송 시간에 9번째 뉴스로 지진 소식을 처음 전한 뒤 후반에 지진 뉴스를 다시 추가했다. 이어 오후 9시부터 일일드라마 ‘워킹맘육아대디’를 예정대로 방송한 뒤 다시 9시 32분부터 뒤늦게 지진과 관련한 ‘뉴스특보’를 내보냈다.
SBS 역시 오후 8시경 ‘8시 뉴스’에서 4번째 뉴스로 지진 소식을 전하다 후반에 다시 내용을 추가했다. 이어 9시부터 시사교양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그대로 방송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누리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KBS 홈페이지 재난포털 코너에는 KBS의 재난상황 보도의 미흡함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빠르게 달렸다. “처음 느껴보는 지진의 진도였다. 계속되는 흔들림에 우리나라 대표 공영방송인 KBS로 채널을 급히 변경했지만 태연하게 연속극을 방영하고 있었다”라고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KBS는 연속극을 중단하고 국민안전처나 기상청 등으로 옮겨 생방송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에게 대피요령, 긴급조치 등을 방송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상파 3사와는 다르게 보도전문채널인 YTN과 연합뉴스TV는 2차 지진 이후 지진 특보 체제로 긴급하게 방송했다. 시청자들이 직접 지진 피해 상황 등을 실시간 영상으로 보내 보도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는가 하면, 대피요령 등과 같은 내용도 비교적 집중적으로 다뤘다. JTBC도 ‘뉴스룸’ 방송 중 지진이 발생하자, 방송 후반부는 모두 지진과 관련한 내용으로 채워 넣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KBS는 13일 “정확한 정보 취재와 확인, 현장 취재를 통해 속보 방송을 준비하고 속보 내용이 준비되는 대로 즉각 정규방송을 중단하며 재난방송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며 논란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지상파 3사 방송사는 드라마 방영이 국가 재난 상황으로 인한 국민들의 안전보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 됐던 것 일까.
한 누리꾼은 “집이 흔들려 가구와 식기들이 깨지는 걸 목격한 국민이 무서움에 비명 지르며 비오는 거리로 도망치듯 거리로 뛰어나와 떨고 있는데 국민이 드라마보다 못했는가? 그래서 화면 하단에 자막 넣는 것으로 재난방송을 다했다고 말하는가?”라고 되물으며 방송사들의 미흡한 지진 관련 보도에 신랄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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