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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의 몰락 ⓶]대형 LCD패널 공장 투자, ‘자가소비→외주판매’ 전략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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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15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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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 '아쿠오스(AQUOS' 4K LCD-TV[사진=샤프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세계 최초로 액정화면(LCD) TV를 출시한 샤프전자는 2001년 전략 브랜드인 ‘아쿠오스(AQUOS)’를 발표했다.

당시 TV시장은, 주도권을 누리고 있었지만 사양화의 길로 들어선 브라운관(CRT) TV가 대형화를 추구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마지막 생존 몸부림을 펼치고 있었고, ‘벽걸이 TV’로 불리는 평판 TV시장에서는 LCD 패널과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이 새로 열리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샤프는 아쿠오스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LCD TV 시장 확대를 도모했다. 마침 일본에서는 2003년 지상파 디지털TV 방송 시작을 앞두고 기존 아날로그 방식 TV를 교체하려는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샤프는 글로벌 LCD TV 시장 1위에 올랐는데, 아쿠오스 브랜드 출시 첫해인 2001년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했다.

샤프는 미에현 타키 공장에서 LCD 패널을 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쿠오스 판매 확대에 발맞춰 대형 LCD 패널이 필요하게 되자 2004년 당시로서는 대규모였던 6세대 LCD패널(1.50m×1.85m)를 생산할 수 있는 가메야마 1공장을, 2006년에는 가메야마 2공장을 가동했다. 6세대 LCD패널을 통해 샤프는 45형 디지털TV를 생산할 수 있었다. 2005년부터는 CRT TV 생산을 중단하고, TV 모델 전 라인업을 LCD TV로 갖추기 시작했다.

가메야마 공장 건설 결정 당시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업체는 물론 소니 마쓰시타까지 LCD 패널 및 TV 투자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었다. 또한 CRT TV의 잠재 교체수요도 갈수록 확대됐다. 경쟁사의 도전을 막고, 시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샤프의 선제 투자는 1위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 투자로 인식됐다.

그런데 샤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다시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2007년 5000억엔(한화 약 4조1000억원)을 들여 40~60형 LCD TV용 패널에 최적화 된 10세대 패널(2.88×3.13m) 공장을 오사카부 사카이시에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공장 가동 목표 연도는 2009년이었다.

기업전략 분석가인 이즈미 료스케 GF 리서치 대표는 사카이 공장 가동은 샤프의 경영전략이 큰 틀의 변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샤프가 “새로운 경쟁 규칙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사카이 공장 이전까지 샤프가 생산하는 대형 LCD 패널은 대부분 ‘자가소비’용, 즉 아쿠오스 TV를 만드는 데에만 사용됐다. 일부 외주 판매를 한 적도 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샤프는 패널에서 최총 완제품인 TV까지 샤프가 직접 개발·생산하는 TV사업의 수직 계열화에 집착했다.

그런데, 사카이 공장 가동을 계기로 샤프는 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LCD 패널을 다른 TV제조업체에 판매하기로 전략을 전환했다. 료스케 대표는 해외 패널생산 전문 업체들과의 경쟁을 의식해 LCD패널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결정이었지만, 여기에는 일본 전자업체들이 빠져 있던 ‘포로의 함정’을 피하겠다는 명분도 함께 들어있었다고 분석했다.

‘포로의 함정’은 료스케 대표가 고안한 단어로, ‘한 회사의 부품 또는 장치사업이 같은 회사가 생산하는 최종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부품·장치 사업의 사내매출 비율이 높아질수록 외부 고객 정보와 제품, 산업의 트렌드에 둔감해져 경쟁우위가 낮아지게 되고, 부품 사업부가 회사의 최종제품 요청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기술개발 및 부품설계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부품·장치사업은 설비 투자 타이밍을 적기에 잡아 나가야 매출을 이어가면서 단독 사업으로 수익성을 키워나갈 수 있다. 하지만 포로의 함정에 빠진 기업은 “최종제품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굳이 왜?”라는 부정적 인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럴 경우 부품·장치사업의 경쟁우위가 사라저 사업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료스케 대표는 “만약 샤프 경영진들이 포로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카이 공장 투자를 결정했다면 LCD패널의 외주판매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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