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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의 몰락 ⓹]LCD패널 양산 집중했으나 홍하이에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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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15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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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의 새주인이 된 대만 홍하이정밀공업[사진=홍하이정밀공업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업체들이 액정화면(LCD) 패널 공급량을 늘렸고, LCD 패널을 생산하지 않으면서 이들 패널을 공급받아 TV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증가했다.

또한 아예 TV 완제품 생산만 전담하는 자사 생산장비를 이용해 전자제품 및 납품 서비스를 일괄 제공하는 ‘제조전문 서비스산업(EMS)’ 업체들의 영향력도 확대됐다. TV설계 능력만 보유한 소규모 전자업체들은 브랜드 마케팅만 영업만 진행하고, 제조는 EMS에 맡기면 되기 때문에 빠른 유행과 기술의 흐름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는 샤프전자가 내세운 수직통합 모델의 장점을 흐리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EMS 산업이 성장하면서 샤프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샤프 경영진들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LCD TV 생산공정의 후공정인 ‘완제품 TV 조립’에 집중하느냐, 전공정인 ‘LCD 패널 양산’에 힘을 실어야 하느냐였다. 샤프는 후자를 선택했다. 경쟁력 있는 LCD 패널을 생산하면 완제품 TV 판매에 유리하며, 이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확립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만약 후공정에 집착했다면 폭스콘을 비롯해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TV를 양산하는 기업들과 힘겨운 경쟁을 했어야 한다. 이는 샤프가 자신 있어 하는 영역이 아니었다.

샤프가 패널 생산을 고집한 이유는 다시 말하지만 브라운관(CRT) TV 시대에 핵심인 CRT를 확보하지 못한 트라우마 때문이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업전략 분석가인 이즈미 료스케 GF 리서치 대표는 “CRT VT가 주력이던 시절에 샤프는 자사에서 CRT를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 내수시장에서 TV 점유율이 낮은 상태였다. 중국에 진출했을 때도 현지에 합작설립한 공장이 다른 업체들로부터 CRT를 조달해 만드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핵심 부품인 CRT를 외주받아 생산하면 가격 경쟁력을 감내할 수 없기 때문에 샤프의 시장 점유율도 낮았다. 이런 경험 때문에 샤프는 더욱 더 LCD 패널 양산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수직 통합 프로세스를 보유한 삼성전자도 샤프와 비슷한 위기가 왔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사업 진출 초기부터 자가소비와 외주 공급을 같이 진행했고, 외주 공급 비중도 큰데다가 샤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의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충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또한 삼성전자는 중·소형 패널 이외에도 대형 패널을 채용한 대화면 TV 시장까지 충분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는 샤프가 실패한 또 다른 이유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사카이 공장을 가동한 이유는 대형 LCD 패널을 채용한 대형 TV 시장의 성장이 점쳐졌고, 이에 외주공급도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샤프의 기대와 달리 당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중소형 LCD 패널의 수요는 왕성했지만 사카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대형 LCD 패널 수요는 불안정했다. 일본 내에서도 에코포인트제도가 2010년 끝난 직후 판매 침체 폭이 매우 컸다.

IT기기의 주도권이 개인용컴퓨터(PC)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됐고, 스마트폰 시장 확대는 개인주의의 확산을 유도해 거실의 중심에 위치하며 가족들을 한 자리에 모은 TV수요를 정체시켰다. 더군다나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외환위기 사태로 대형 TV 수요국인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대형 TV 판매는 더욱 위축됐으며, 대형TV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을 선택해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실적 침체로 허덕이는 샤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 유지를 위해 LCD 패널 외주판매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주요 고객들이 요청하는 사양으로 LCD 패널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 추가 설비투자를 할 수 없어 고객사들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아가면서 생산을 연명했다.

결국 가동 3년 만인 2013년 샤프는 대만 홍하이 정밀공업의 창업자인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사카이 공장을 분리, ‘사카이 디스플레이’라는 별도 회사로 공동경영을 시작했다.

그해 스마트폰용 중소형 LCD패널 사업을 확대하면서 샤프는 일시적으로 실적을 회복했다. 하지만 중국 제조업체 및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로부터의 LCD 패널, TV용 대형 LCD 패널 판매가 다시 줄어들면서 2014, 2015년 샤프는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 재무구도가 악화됐다.

결국 2016년초 샤프의 매각이 결정됐고, 일본 관민펀드산업혁신기구(INCJ)와 홍하이가 인수경쟁을 벌인 끝에 홍하이가 새 주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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