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적은 없다. 여권 후보라는 말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힌다. 바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다.
반 사무총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현 시점까지 대권 도전을 입에 올린 적은 없지만 그의 행보는 이를 시사한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및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면담한 반 사무총장은 '핵 무장론'과 관련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며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그는 이 자리에서 임기를 마치면 내년 1월 중순 귀국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대선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1월에 오신다는 것은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지난 5월 제주포럼 참석차 방한했던 일정 역시 대선가도를 앞둔 주자로서의 행보가 보였다. 특히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그는 "남북간 대화채널을 유지해 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겠다"며, 남북관계에 있어 자신의 독보적 위치를 내세웠다. 정치지도자들이 국가 통합에 나서야 하고, 미국 대선에 비하면 자신의 나이는 적고 체력도 좋다는 발언도 했다. '반기문 대망론'이 가시화되는 순간이었다.
반 사무총장의 장점은 국제적 감각과 대중적 인지도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내며 외교 전문가로서 국제 무대를 누비는 모습은 대중들에게도 참신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전국 조직화에 나선 '반딧불이'를 비롯해 '반사모3040', '반존사' 등 반 사무총장의 팬클럽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다만 직업 외교관으로서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것이 걸림돌로 꼽힌다. 정당 정치를 겪어보지 않은 그가 참신함 만으로 승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선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계가 반 사무총장의 영입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친박계 인사인 이정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며 반 사무총장의 대선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친박계의 탄탄한 조직력을 등에 업는 대신 계파갈등에서 드러난 친박을 향한 불신 등이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반 사무총장이 수면 위로 올라설 경우 여권 내에서 경선을 치러야 하는 대선 주자들 간 견제는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그래서 반 총장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추석이 지나면 여권 잠룡들의 대권 행보도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여권 내 대선 주자들의 합종연횡도 관전포인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