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이 1주일에 걸친 미국 외교 일정을 마무리했다. 정 의장은 이번 방미를 통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의회 간 외교채널을 강화하는 등의 성과를 남겼다.
다만 사상 최초로 여야 3당 원내대표들과 동행했음에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18일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지난 12일 미국으로 출발한 정 의장은 워싱턴 DC와 뉴욕을 거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한국의 날' 행사를 마지막으로 19일 귀국한다. 정 의장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과의 만남은 물론 미국 의회 인사들과의 면담과 각종 간담회 등으로 꽉 짜여진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방미 일정에서 정 의장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한미동맹'이었다. 출국 직전 있었던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고조된 한반도의 안보위기와 맞물려, 한미 간 안보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특강의 주제 역시 '진화하는 한미동맹과 동북아 평화'였다. 정 의장은 연설에서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한 한미동맹은 한국에겐 사활적 요소"라며 "한미 동맹은 안보동맹과 경제동맹을 넘어 글로벌 가치동맹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미동맹의 과제 중 하나로 동맹의 '격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정 의장은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 낸시 팰로시 하원 민주당 대표 등과의 만남에서도 한미동맹의 강화가 북핵 위기의 해법임을 강조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귀국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핵 위기 등으로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의미있는 의원 외교를 성공적으로 펼쳤다고 저희들끼리 자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우려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주한미군 철수 언급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의회 간 외교망을 활성화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성과로 꼽힌다.
애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면담에서 정 의장이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변화를 우려하자 "우리가 법을 바꾸는 것이지, 법이 저절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가 한미동맹 강화의 기조를 유지하는 한 이를 막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정 의장의 미국 순방은 여야 3당 원내대표들과 동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 문제를 비롯해 세월호 특조위 조사기간 연장,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추진 등 현안에 있어 여야 간 협치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사드' 문제의 경우 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사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자의적 조치를 취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것을 빨리 결정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 때문에 북한을 압박해야 할 중국, 러시아와의 공조에 균열이 왔는데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 것인가 하는 우려가 한국에 있다고 제가 말했고 미국의 한 의장도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라"면서 "왜 한국에서 사드 배치에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설명하는 기회가 됐다"고 당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방미 기간 중 현안에 대한 합의를 위한 물밑 시도에 나섰지만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귀국하면 야권 차원에서 한 번 더 의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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