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의 공식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 반 총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정세균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등과의 면담에서 임기를 마친 후 곧바로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대권주자들은 인지도를 넓히기 위해 채비를 서두르며 반 총장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반 총장의 조기 귀국으로 인해 연말부터 국민들의 관심이 반 총장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 방문 결과를 설명하며 “주변에서 반 총장의 대권 도전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정작 반 총장은 대선의 ‘대’자도 안 꺼냈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면담 말미에 5분 정도 제가 ‘귀국 후 국민들께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보고할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냐’고 반 총장께 물었다”며 “반 총장은 임기를 마친 후 내년 1월 중순즈음 귀국할 예정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 간 외교수장으로 활동해 얻은 경륜과 지혜를 국내에서도 써달라고 부탁했다”며 “이런 부분들이 야당 의원들께는 대권 출마 권유로 해석됐을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 원내대표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대권주자들은 이를 반 총장의 대권도전 의사로 해석하고 대중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면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부산·경남 지역을 방문하며 민생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3일 부산역에서 긴급안전 점검회의를 열고 지진피해 현황을 점검했다. 또 콜레라 사태로 타격을 입은 횟집 등을 방문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는 등 대중과의 소통을 확장 중이다. 동시에 매주 싱크탱크인 ‘격차해소 경제교실’을 개최해 정책적인 기반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5일 지진 피해가 발생한 경주 지역을 방문해 정부의 안이한 대처를 비판했다. 유 의원은 상대적으로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강연 정치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일 한림대 특강에 이어 오는 30일 서울대에서도 경제 및 안보를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최근 싱크탱크인 ‘공생연구소’를 출범시켰다. 동시에 저서 집필 작업을 지속하면서 강연정치를 동시에 추진한다. 오 전 시장은 오는 20일 상명대 천안캠퍼스에서 창의 리더십을 주제로 특강을 실시한다.
오 전 시장은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 총장에 대해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약한 것을 감안해 제3지대를 선택해 바로 본선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그럴 경우 한국의 미래와 방향 설정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며 반 총장이 경선에 참가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모병제’와 ‘개헌’ 이슈 등을 던지며 정책 승부에 집중하고 있다. 남 지사는 오는 21일 열리는 관훈토론회에서 대선출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남 지사는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선진국 도약을 위한 마지막 골든 타임이다”라며 “안보와 경제가 위기인 상황에서 모병제와 수도 이전 같은 대한민국 리빌딩을 위한 중요한 어젠다를 반드시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남 지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경기도 온라인 평생교육사업 추진단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사들을 끌어들이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9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반 총장이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주자로 부각돼 있는 만큼 본인의 생각이나 구상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분명하고 투명하게 (얘기)해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여권 대권주자들과 관련해 "결국 전반적으로 국민들에게 희망과 믿음을 줄 수 있는 내용과 리더십이 제시되어야 한다"면서 "요즘은 여론이 워낙 빨리 형성되고 빨리 변하기 때문에 1년 반이나 남아있는 시간은 충분히 긴 시간이다, 국민들의 마음에 어떻게 희망으로 부각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의 가세로 인한 새누리당 대선 주자들의 빨라진 행보가 대선정국 시계를 점차 앞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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