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으로 살아난 소비심리가 지진, 구조조정 등으로 위축될 경우 한국경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게 된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벌써부터 2%대 중반이라는 암담한 전망치를 받았다.
내년에 3년 연속 ‘2%대 저성장’이라는 성적표를 내지 않으려면 4분기 소비심리를 끌어올리는게 관건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김영란법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은 소비심리 위축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고급 음식점의 무덤으로 자리 잡았다. 시행 일주일전이지만 폐업을 결심하거나 업종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식값 인하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음식점도 있지만, 일시적 방편에 불과하다. 식재료가 부실해지고, 발길이 뜸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강서구 한 횟집은 최근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무원·교직원·공공기관 회식 및 접대 식사료 1인 2만5000원으로 가격 인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숙성회로 유명한 서울 중구의 일식집 관계자도 “3만원으로 맞추자면 이 정도 수준의 고급회를 내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업소 면적을 줄이고 종업원을 내보내야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종로의 유명 한정식집 ‘유정’은 이미 문을 닫았고, 베트남 쌀국수집이 들어섰다. 정부서울청사 인근 한정식집 ‘두마’도 줄어드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을 결정했다.
◆증가하는 중국관광객, ‘성당피습’ 찬물
중국관광객은 이번 추석에 절정을 이뤘다. 사드와 북핵 등 대외변수에도, 중국 관광객은 물밀듯이 한국을 찾았다. 크루즈 관광객도 당초 목표로 한 올해 150만명 달성에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다만 지난 17일 새벽 제주도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성당 피습’ 사건이 중국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제주도와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성당 피습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벌써부터 무비자 입국 철회에 대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온라인에서는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를 폐지하자는 청원운동이 8시간 만에 1720명이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포털사이트인 다음 아고라에는 18일부터 ‘관광수입보다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라며 한 누리꾼이 제주를 비자입국지역으로 전환하자는 청원 서명을 받고 있다.
주광덕 새누리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무비자 입국자는 450만7610명이다. 이중 제주지역 무비자 입국자는 62만9724명이다. 중국인이 62만3521명으로 99.0%에 달했다.
올들어서도 지난 7월까지 무비자 중국인은 전체 54만8205명 중 54만4775명(99.4%)으로 집계됐다.
제주지역은 2002년부터 관광활성화 차원에서 비자없이 입국하는 외국인 무사증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11개국을 제외한 모든 국적의 외국인이 비자없이 입국해 합법적으로 한달간 체류할 수 있다.
◆구조조정에 지진까지…영남권 지역상권 붕괴 초읽기
한진해운 사태가 풀리지 않으면서 지역상권은 붕괴위기에 놓였다. 소비심리도 당연히 위축되면서 연쇄적인 악재가 겹치는 모양새다.
특히 부산을 중심으로 거제, 경주 등 영남권 지역은 구조조정에 지진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부산경제는 한진해운 사태로 불안하던 뇌관이 터졌다. 부산상공회의소의 7월 지역경제동향에서 부산지역 생산분야는 6개월 연속 작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선박 건조가 포함된 기타 운송장비 생산이 28.9%나 줄어든게 문제로 작용했다. 9월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통계자료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볼때 타격을 더 심할 전망이다.
경주는 과거의 악몽이 재현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메르스로 관광객 감소를 겪었고, 2년전에는 세월호 참사로 수학여행 예약의 80%가 취소되는 사태를 경험했다.
경주지역은 강진으로 재난지역 지정을 검토할 정도여서 관광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주는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되며 피해액만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경주시 관계자는 “피해금액 기준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규모가 달라질 수 있지만, 파손 주택이 워낙 많아 특별재난지역 기준인 75억원은 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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