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부여 능산리 고분군(사적 제14호) 서쪽에서 백제 왕릉급으로 추정되는 고분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과 부여군(군수 이용우)은 지난 6월부터 능산리 고분군 서쪽지역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기록로만 존재하던 고분 4기의 실체를 확인하고, 그동안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3개의 고분을 추가로 발견했다.
또한 기존 4기의 고분 중 일제강점기에 이미 발굴된 적이 있던 고분 1기에 대한 재발굴조사와 또다른 고분 1기에 대한 추가 발굴조사를 통해 이들 두 고분이 왕릉급으로 추정된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했다.
부여 능산리 고분군은 일제강점기에 3차례(1915년, 1917년, 1937년)에 걸쳐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총 15기의 고분이 확인됐고, 이후 1960년대에 봉분을 정비하다가 고분 2기가 추가로 확인돼 현재까지 총 17기의 고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문화재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고분 3기의 존재가 추가로 확인되고, 여기에 발굴조사된 고분 2기는 왕릉급이라는 사실까지 확인됨에 따라 추후 조사가 마무리되면 백제 왕릉의 축조기법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능산리 고분군은 지난해 7월 백제 왕릉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다른 백제 유적들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바 있다.
이번 조사로 모습을 드러낸 2기(8·10호분)는 지름이 15~20m 정도 길이의 횡혈식 석실(굴식돌방무덤) 구조로, 백제 왕릉급 무덤에서 확인되는 호석(護石, 무덤의 외부를 보호하기 위해 무덤 아랫부분을 둘러막은 돌)이 두 고분 다 봉분 바깥으로 둘러져 있고, 연도(羨道, 고분의 입구에서 유골을 안치한 방까지 이르는 길) 문밖에서는 옻칠과 함께 금으로 도금된 목관 조각과 금동 못 등의 유물이 발견됐다.
목관의 소재는 금송(金松)으로 확인되었는데, 이 같은 사례는 공주 무령왕릉 등 왕릉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어 이번에 조사된 고분 2기는 모두 백제 시대 왕릉급 고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화재청 측은 "발굴 당시 봉분의 모양, 호석, 묘광과 석실 등 조성 당시의 원형이 전체적으로 잘 남아있다"며 "발굴된 고분 2기는 백제 왕릉급 고분의 규모와 축조기법, 조성기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학술 가치도 매우 높은 자료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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