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국내 대표 제과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정작 원재료 가격은 매년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원재료·소모품 사용비도 매년 감소세다.
이 때문에 수익성이 나빠진 제과업체가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격을 올린 부분이 영업이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실적이 부진할 경우 수익성 강화를 위해 가장 쉽게 선택하는 방법인 것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지난 1~6월 원재료·소모품 구입을 위해 3831억원을 썼다. 지난해 상반기 사용비인 3987억원보다 3.9% 줄어든 금액이다.
이는 과자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밀가루, 설탕, 우유 등의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롯데제과가 사용한 밀가루 가격은 kg당 585원이었다. 2014년 673원, 2015년 614원이었던 밀가루값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다른 원재료 값도 마찬가지다. 설탕류는 지난해 786원에서 올 상반기 764원으로, 유지류는 1775원에서 1764원으로 내렸으며 유제품류와 코코아류도 하락했다.
다른 제과업체들의 원재료·상품 매입액도 줄어들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크라운제과는 지난해 상반기 2620억원에서 올해는 2572억으로, 오리온은 1290억원에서 1143억원으로 줄었다. 해태제과만 지난해 상반기 1991억원에서 올 상반기 1994억원으로 다소 올랐다.
특별히 가격을 올릴 이유가 없음에도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제과업체들은 실적이 쪼그라드는 '굴욕'까지 맛봐야 했다.
지난 3월 가격 인상을 단행한 롯데제과는 올 2분기 매출액 5500억원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하락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360억원에서 290억원으로 20% 가까이 떨어졌다.
크라운제과는 상반기 매출이 6010억원으로 0.3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359억원으로 무려 30%나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불신과 수입과자 득세 등으로 수세에 몰린 국내 제과업체들이 해결책으로 가격을 선택했지만, 이는 더이상 좋은 묘수가 아니다"라며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가격과 품질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미래도 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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