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2위, 6위 철강사의 합병 작업이 공산당 지도부의 지시로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바오산강철(寶鋼·바오강)그룹과 우한강철(武鋼·우강)그룹의 구조조정 이야기다. 지난 6월말 양사가 합병 계획을 발표한 지 석달 만에 구체적인 합병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경제 온라인매체 차이신망 보도에 따르면 양사의 합병은 우강이 바오강에 흡수합병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합병 절차를 진행할 예정으로, 합병 후 우강그룹 주식은 증시에서 상장 폐지된다.
합병후 탄생할 새 회사이름은 양사의 머릿 글자를 따서 '바오우(寶武)강철그룹'으로 지어졌다. 우강은 바오우강철의 자회사로 편입돼 우강신산업발전회사로 재탄생한다.
바오우강철의 총 자산 규모는 총 7600억 위안(127조원), 연간 조강 생산량 약 6000만t 규모에 달해 유럽의 다국적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생산량 1억t)에 이은 세계 2위 '철강공룡'으로 자리매김한다.
특히 이번 양사의 합병은 중국 지도부의 진두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차이신망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 중국철강공업협회 내부회의에서 쉬러장(徐樂江) 바오강그룹 회장과 마궈창(馬國強) 우강그룹 회장에게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국자위) 관계자가 양사의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자위는 중앙정부에서 관할하는 중앙국유기업을 관리하는 곳으로 국유기업 개혁의 사령탑이다.
이후 5월말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직접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해 우강그룹을 시찰했다. 그로부터 한달 후인 6월말 바오강과 우강그룹의 합병소식이 공식 발표됐다. 양사 회장 모두 합병소식 발표 일주일 전에야 비로소 국자위로부터 합병 사실을 통보 받았다.
이후 양사는 곧바로 합병안 작성 공작팀을 꾸려 4주에 걸쳐 구체적인 합병안을 마련해 국자위에 제출했으나 ‘퇴짜’맞았다. 과잉생산 설비 해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조치, 시간표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공작팀은 국자위의 요구사항을 집어넣은 합병안을 지난달 말에야 완성해 국자위 동의를 거쳐 9월초 국무원에 제출해 마지막 승인을 기다리는 중으로 알려졌다.
중국 지도부가 나서서 양사의 합병을 추진하게 된 데는 중국 철강업계의 과잉생산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과 맞닿아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공업정보화부, 국자위에서 최근 국무원에 제출한 '철강업 구조조정 및 좀비기업 처리 지도의견'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연간 조강 생산량 8000만t 이상의 철강기업 2~3곳, 연간 조강 생산량 4000만t 이상의 철강기업 6~8곳을 키워 철강산업 집중도와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중국 1, 5위 철강사인 허베이강철(河北鋼鐵·허강)과 서우두강철(首都鋼鐵·서우강)을 합병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우강과 허강그룹의 조강 생산량을 합치면 7629만t에 달해 바오강와 우강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하지만 철강업 구조조정 작업 진척이 더디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정부는 올초 2020년까지 철강업체의 생산능력을 1억~1억5000만t 감축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7월까지 생산량은 연간 목표 대비 47% 줄어드는 데 그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철강제품 가격 상승으로 중국 민간 철강기업의 순이익이 급증하고 있어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