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산자' 강우석 감독 "관객을 웃게 하는 것은 내게 주어진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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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2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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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로 돌아온 강우석 감독[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벌써 스무 번째. 강우석 감독(56)은 쉬지 않고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달콤한 신부들’(1989)를 시작으로 ‘투캅스’(1993), ‘마누라 죽이기’(1994),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1996), ‘공공의 적’(2002), ‘실미도’(2003), ‘이끼’(2010), ‘전설의 주먹’(2012)에 이르기까지. 그는 가장 대중적이고 친근하며 인간적인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왔다.

이는 강우석 감독의 최대 무기이기도 했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는 태도는 이십여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관객과 그의 사이가 멀어지지 않도록 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사극이라는 장르에 도전했다.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잘 모르고 있는 고산자 김정호의 이야기다. 강우석 감독과 ‘고산자, 대동여지도’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또 들어보았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감독 강우석[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번에도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를 가져왔는데
- 영화 평을 보니 풍광에 대한 칭찬이 많더라. 박범신 작가가 간곡히 부탁한 것도 그런 거였다. 문자로 옮길 수 없었던 풍광의 아름다움을 영상에 담아달라는 것이었다. ‘문자로 옮기지 못한 걸, 영상으로는 가능할 것 아니냐’고 하시더라. 한을 좀 풀어 달라면서. 하하하.

원작을 영상으로 옮길 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 같은데
- 가정사나 복잡한 인물구조 같은 건 배제했다. 이 영화는 예술영화가 아니니까. 박범신 작가도 ‘영화는 당신 마음대로 하라’며 ‘좀 쉽게 가라’고 하시더라. 대동여지도가 왜 보물인지 정확하게 전달하자는 마음으로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선택했다. 조금 더 가야 하는 거 아니냐, 더 세게 가야 하는 거 아니냐 말도 많았는데 이 영화는 ‘가족영화’니까. 애초에 시나리오 단계서부터 고문이나 구타 등등 폭력적인 장면은 모두 빼고 시작했다.

영화가 가족적으로 느껴졌던 건 은은한 코미디도 한몫을 한 것 같다
- 코미디의 조율이 중요했다. 무거운 걸 누가 좋아하겠나. 재밌게 찍고자 했다. 박범신 작가가 말하기를 ‘박범신의 고산자가 아닌 강우석의 고산자를 찍으라’고 하더라. 그런 말들이 참 고마웠다.

코미디 덕분에 김정호의 인간적인 면모가 도드라졌던 것 같다
- 너무 얇은 영화가 나올까 봐 마음고생을 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버지와 딸, 그녀를 흠모하는 남자와 선생과 제자의 이야기. 그 티격태격하는 과정은 재밌지만, 내용은 절대 얇은 이야기가 아니리라 확신했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스틸컷 중, 백두산 천지[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풍광을 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정말 고생 많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영상에서 고생한 태가 역력했다
- 미술팀, 촬영팀이 정말 엄청 고생했다. 찾는 것부터 선택하는 것까지 너무 힘들었다. 영화 속 10초 등장하는 신을 위해 몇 날 며칠을 헤맸다. 차에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였다. 두렵기까지 했으니까.

기자간담회마다 ‘하늘이 도운 날씨’에 대해 말하곤 하셨다.
- 우리끼리는 현장에 ‘고산자가 와있다’고 했다. 백두산에 올랐을 때, 가이드가 기절초풍할 정도였다. 자기는 수십 년간 가이드 생활을 해왔는데 이틀 연속으로 날씨가 이렇게 좋은 걸 처음 본다는 것이었다. 조명감독이 내게 ‘강 감독, 여기에 김정호 선생이 와계신 것 같아’고 하더라. 바우(김인권 분)의 광화문 신도 마찬가지였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내일 촬영을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아침이 되니 먼지 하나 안 날리는 거다. 참 희한하지…. 묘한 경험이었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강우석 감독[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영화의 리얼리티에도 많은 신경을 쓰신 것 같다. 특히 목판이었던 피나무에 대한 장면이 그랬다
- 피나무 때문에 피가 말랐다! 하하하. 현재 우리나라에 피나무가 딱 두 그루 있다. 하나는 홍천에, 하나는 양양에. 우리 영화에 나온 건 실제 피나무다. 나무가 쓰러지는 것도 CG가 아니다. 원판이 피나무라서 꼭 피나무로 만들고 싶었다.

스무 편의 영화를 찍었고, 스물다섯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제작하면서 연출도 놓지 않는다는 게 대단하다
- 난 영화를 찍는 게 좋다. 제작해서 기쁜 건, ‘100억을 벌어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겠구나!’하는 거지. 제작만으로 감동이 있는 건 아니다. 연출작으로 관객 호응을 받으면서 ‘아, 내가 살아있구나’하는 걸 느낀다. 연출하지 않을 땐 영화판에 있어야 할 이유도, 재미도 느끼지 못했다.

이렇게 많은 영화를 제작했는데도?
- 예전에 시네마서비스가 잘 나갈 땐 나름 재미도, 의미도 깊었다. 그땐 우리가 배급사 중 1위였으니까. 그런데 한 10여 년간 제작을 하면서 느낀 건, 그 사이사이 찍었던 내 영화들인 거다. 한 3년여 간 영화를 안 찍었더니 관계자들이 나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거다. 아! 큰일 났다 싶었다. 충격받았다. 그래서 바로 ‘실미도’를 찍었지. 조금 더 보태자면 나는 김정호 선생이 지도를 만들 때의 그 희열, 즐거움을 이해한다. 아무것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일이라는 것.

이따금 사람들은 대중적인 것, 상업영화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지 않나. 하지만 대중적인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 쉬운 것을 어렵게 풀지 말자는 게 내 지론이다. 유치하다는 소리만 안 들으면 돼. 하하하. 온갖 직업, 연령, 다수를 만족하게 하려면 자신을 버려야 한다. 그들과 호흡해야 하는 거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강우석 감독[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확실히 대중적이려면 여러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
- 그렇다. 집 근처에 한 카페가 있는데 나는 그 아르바이트생들과 꼭 한 번씩 대화해본다. 내가 감독인 걸 아는 (어린) 친구들에게 농담을 걸기도 하고. 그런 대화를 통해 어떤 ‘접근’에 대해 공부하기도 한다. 내가 가장 경계하는 건 ‘올드(Old)’다. 나이가 들어 영화가 깊어지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나이가 들었네! 라는 말은 조심해야 한다. 임권택 감독님의 ‘화장’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정말 하나도 안 늙었구나 싶은 거다. 늘 공부해야 하고, 수련해야 한다. 어떤 성공에 갇혀서 우쭐거린다면 트렌드를 읽지 못하기 마련이니까.

코미디만큼 트렌디한 게 또 없을 것 같은데
- 그래서 코미디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tvN ‘코미디 빅리그’나, KBS2 ‘개그콘서트’는 꼭! 그중에서도 정말 반짝반짝하는 친구들이 있다. 정말 대단하지. 그런데 눈에 띄는 건 요즘 ‘맛있는 녀석들’의 김준현이나 ‘삼시세끼’의 유해진이다. 순간의 재치들을 보면서 ‘와, 쟤네 머리가 보통이 아니네’하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이 자신하고 사랑하는 강우석 표 코미디는 언제 볼 수 있나?
- 한 번 하려고 한다. 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자신이 있거든. 내가 관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즐거움’이다. 거기에 뭉클함도 느끼면 좋고. 그건 늘 내 미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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