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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의 차한잔] 추석 차례 지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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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21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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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열린선원의 한가위 다례상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한 칼럼니스트가 우리의 차례상이 “다른 집의 '가가례'를 지켜보면서 '홍동백서' '조율이시' '조율시이' 등이 만들어졌어요. 그렇게 만들어져 돌던 것을 1970년대 국가에서 확정했습니다. 사실 유교식으로 따졌을 때 아무 근거도 없고, 맞지도 않는 것인데도 말입니다."라며 ”국가는 추석 물가를 내놓을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한바탕 놀 수 있을까'라는 궁리를 해야죠. 언제까지 집집마다 차례상 음식 마련에 전전긍긍하도록, 여성들을 부엌에 가두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만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많은 독자들이 동감하는 가운데 “전통문화가 그냥 최근에 만들어 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게으른 짝퉁 좌파식 주장”일 수 있다는 의견이 피력되었다. 또 한 연구자는 “제도적으로 본래 4대 봉사는 왕만 할 수 있는 것이었고, 현재의 제물 역시 서민들은 올릴 수 없는 것이었다. 까닭에 현재 누구나 광범위하게 제사상을 차리는 것은 신분제를 극복한 우리 민중들의 지난한 염원과 노력의 산물로 그 역사성을 간과한 것은 아닌가? 여하튼 문중이나 마을이 주가 된 지역 단위의 ‘동제’와 같은 축제 전통이 근대기에 여러 가지 이유로 사라졌다. 까닭에 오늘날 지자체가 아무리 많은 돈을 퍼부어도 그런 ‘축제’는 잘 부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람이 주가 된 공동체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양반론'으로 저명한 송준호 교수의 저서는 물론이고 이제는 몇 안 남은 우리의 지방 명문 양반자제들을 만나 봐도 위 칼럼니스트의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1970년대 이전 어린 나이에 향나무를 깎는 법은 물론이고 생활의 다반사가 되어 온 ‘제례’에 대해 정말 길고도 섬세한 교육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민속학이나 인류학에서 구술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종갓집 제사상이 어떻게 마련되는지 충분히 이해한다. 종갓집 안 재실 부근의 향나무를 꺾는 방법, 시기 그리고 꺾어서 어떻게 말리고 깎고 다듬어야 하는지 등등….
 

한가위 밤 성북동 한양도성에서 바라본 보름달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요즘 지역 축제는 대부분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밥에 그나물이라고 어느 축제를 가든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금 지역 축제는 21세기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사업이 만들어낸 망령일 수 있다. 비록 성공한 축제가 있더라도 그것은 마을 사람들, 즉 공동체를 위한 축제가 아니라 이젠 ‘관광’을 위한 성격으로 변질돼 있다. 공동체 아니 가족까지 무너지고 해체되고, 그것을 대신할 그 무엇도 아직 재편되어 있지 못한 사회현실에서 추석이 다시 공동체의 명절이 될 가능성은 전무할 듯하다.

혹여라도 성공한 축제가 있더라도 그 안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여성’일 뿐이다. 성공한 지역 축제의 뒤에는 부녀회를 비롯한 위대한 ‘현모양처’를 강요받는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이 뒤따른다. 추석 때 인기에 편승하듯이 그냥 부녀자들도 놀아야 한다는 환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값진 ‘노동’은 철저히 무시되어 온 것이다. 진실을 감춘 채 인기에 편승한 일부 의견은 독자들을 오도할 뿐, ‘언론인’의 몫이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21세기의 화두는 가족 사회에서 달라져야 할 성인지와 성역할의 문제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여성가족부의 모토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관심있게 바라보고 반드시 실천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작 추석의 전통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다례가 주례가 된 것일 수 있다. 열린선원 법현스님에 의하면, 임진왜란 이후로 귀한 차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숭늉이나 술을 올리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오늘날 명절 제사상 페단의 원인은 아닐까? 정성껏 정한수를 받아서 차를 다리고 우려서 제사상에 올리면 끝나고 마실가서 축제를 벌였을 명절이었다. 굳이 송편과 과일 등을 준비하고 올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술을 올리게 되면서 안주가 되는 음식들도 올라가고 이것저것 많이 올리다보니 제례가 허례가 된 것은 아닐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차 한잔 정성껏 다려 조상신께 올리는 것으로 제사상을 대신하고 축제보다는 가사노동이 없는 만큼 가족간의 소통과 대화를 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이때라도 ‘진학’ ‘취업’ ‘결혼’ ‘연봉’ 등의 금기어는 쓰지 않는 센스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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