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 울산대는 예술대학 정욱장 교수가 18번째 개인전을 갖는다고 21일 밝혔다.
서울 종로구 서울예술재단 실내외 전시장 전관을 사용하는 정 교수의 이번 'A Long Journey 2016' 전시는 이달 23일부터 다음 달 27일까지 열린다.
정 교수는 이번 전시회에서 대형, 소형, 평면 조각 증 모두 23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정교수가 작업해 왔던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화집(320쪽)도 함께 발간해 전시 오픈일자인 23일 오후 5시 출판기념회도 겸하게 돼 관심을 끈다.
조각가들이 화집을 발간하는 예는 매우 이례적이다. 또 이번 전시기간은 모두 35일로 그동안의 개인전 중 가장 긴 기간 동안 마련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전시회에서 정 교수는 'A Long Journey'라는 주제로 스테인레스 스틸을 소재로 만든 반구상 작품들을 선보인다. 또 4m에 이르는 대형작품도 포함돼 국내에선 보기 드문 대규모 전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현대조각공모전과 부산야외조각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정욱장 교수는 그동안 개성적이며 탄탄한 조형세계를 보여 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홍익대 미술대학원 김미진 교수는 정 교수의 작품에 대해 "스테인레스 스틸의 반짝이는 재료로 나뭇가지나 식물처럼 유기적으로 가늘고 긴 팔다리를 한 북극곰, 낙타, 코끼리, 사슴 등의 덩치 큰 동물들의 최근 조각 작품 'A long journey'는 초현실적이면서 숭고한 느낌을 준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 "그는 수 십 년 동안 인간과 동식물과의 구조적 관계에 대해 사실적 묘사로부터 정신적 형태까지 탐구하며 작품을 연마해 왔다"며 "이를 통한 작가의 노련한 기법은 묘사를 하지 않고도 큰 형태를 단순하면서도 이상적인 것으로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노자 16장에 나오는 '허의 극치에 이르고 정의 돈독함을 지켜라. 만물이 나란히 생겨남에, 나는 만물이 도(道)로 돌아감을 본다.(致虛極 守靜篤 萬物竝作 吾以觀復)'라는 구절을 제시하며 "정교수는 만물의 본질을 그대로 비출 수 있는 우주의 이치를 담은 공(空), 허(虛)에 이르는 노자의 사상을 늘 마음에 품으며 물성을 연마해 오고 있다"며 "이런 한결같은 작가의 태도가 대상의 본질과 마주하며 물화를 이뤄 자연스러운 형태를 만들어 내 상상의 단계를 뛰어넘는 시공간을 직접 경험 할 수 있는 편안한 소통을 이끌어 낸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고충환 씨는 정 교수의 작품에 대해 "긴 여행, 긴 여정을 의미하는 'A Long Journey'는 정 교수가 자신의 조각에 붙인 주제로 이 주제가 그의 작품 세계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씨는 "정 교수의 다양한 형식적 시도들이 결국 삶의 메타포어라는 하나의 전제로 모아지고 '길'이 그 전형"이라며 "정 교수는 자신의 작업을 매개로 삶의 길, 조각가의 길을 전망으로 열어놓는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의 은사이기도 한 최종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가련한 짐승, 다리가 길고 먼데를 바라보고 서 있는 정욱장의 작품 속 코끼리들을 보면서 잃어버린 순결의 시대, 우리들의 고향, 영원의 땅. 그 원초의 곳을 생각하게 된다"며 "정욱장은 언제부터인가 소원해지기 시작한 인간과 자연과의 장벽을 발견하고 그것을 허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욱장 교수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여백, 단순함, 침묵을 키워드로 꼽았다.
여백에 대해 정 교수는 "내 작업에 가능한 많은 여백을 주려고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여백은 없음을 의미하지 않고 다만 그 빈 공간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는 주관적 그 무엇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며 "여백은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낳으며 내 작업에서 여백은 많을수록 좋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단순함에 대해서 "단순함이 부족함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그는 "주제와 형태에 대한 단순함은 복잡성과의 투쟁 후 자라나는 것이라고 믿는다"며 "주제와 형태에 관한 단순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나는 자연과 역사에 대한 본질(혹은 의미 있는 것)에 내 생각의 초점을 두려고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자신의 예술에 대한 해답은 자연과 역사에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침묵에 대해서 "침묵은 소리가 없음이 아니라 우리들로 하여금 평소 들을 수 없었던 근원적인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침묵은 금이라는 속담처럼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내 작업을 보는 사람들이 잊어왔던 내면의 소리를 듣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의 이 같은 미학은 노자사상에 영향을 받았다. 그는 대학원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노자사상에 심취해 왔으며 자신의 예술은 물론 삶의 태도로 굳어졌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작품들은 긴 다리를 가진 동물의 형상들이다. 정 교수는 이 번 전시작품에 대해 "그들의 다리는 나무의 긴 가지들처럼 보일 것"이라며 "그런 다리를 가진 동물들은 결코 걸을 수 없고 그래서 어떤 슬픈 이야기가 숨어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슴 낙타 코끼리 그리고 북극곰처럼 보이는 이러한 동물들을 만든 이유는 이들 존재에 대한 작가의 경의와 멸종에 대한 경고가 함께 담겨 있다"며 "시각적 관점에서 상부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바닥에 양감이 있는 덩어리들을 설치해 놓았는데 이것은 시각적인 문제보다 우리로 하여금 이 동물들이 그 알들을 낳았을지 모른다는 원시적 상상 속으로 우리를 이끌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욱장 교수는 1960년 경남 사천 출생으로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지난 2001년부터 현재까지 울산대 예술대학 미술학부 조소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서울조각회, 현대공간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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