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야권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당론 딜레마'에 빠졌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사드 배치 찬성 여론이 늘면서 야 3당은 제각각 돌파구 찾기를 시작한 모습이다. 문제는 "사드 배치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던 야권이 사드 '당론' 문제로 혼선을 빚는 사이 국회 차원에서의 토론이나 공개적인 검증 절차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점이다. 야 3당이 공조해 추진키로 했던 국회 사드대책특별위원회 구성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27 전당대회 과정에서 사드 반대 당론 채택을 공언했지만 전대가 끝난 뒤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했던 '김종인 체제'의 기류를 유지하며 사드 당론 확정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후 추 대표는 지난 18일 '선(先) 소속 국회의원·전문가 의견 수렴 후(後) 당론 결정' 방침을 제시했지만, 현재까지 이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 더민주 관계자는 "아직 (의견 수렴 계획) 이야기는 없다. 추 대표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채) 이제부터 '착지 지점'을 모색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야권이 외교·안보 사안을 두고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전대 전 사드 반대 당론을 요구했던 더민주의 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상태로(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채)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 "천천히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앞서 국민의당은 일찌감치 사드 배치 반대와 국회 비준 동의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소속 의원들이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장외 '필리버스터'까지 했었다. 당시 안철수 국미의당 전 상임 공동대표는 사드 배치 여부를 국민투표로 정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추석 연휴 이후 국민의당 내에서 당론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편, 정부가 사드 도입을 공론화 과정이나 면밀한 검증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절차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회 동의나 국민 투표 등 절차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안보 이슈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쪽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초당적 안보협의체' 구성을 여야에 요구하고 국회가 중심을 잡고 국론 분열을 막을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안보협의체에서 사드 문제를 포함해 북핵 대책 등을 함께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당초 야 3당은 사드대책위 구성에 공조키로 했지만 (북한 핵실험 이후) 사드만 아니라 북핵 문제까지 한꺼번에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초당적 안보협의체를 제안했다"면서 "초당적으로 논의하되 야 3당이 합의한 '사드 검증'에 대해서도 유효하게 계속 유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보가 위기일 때 미국 의회 등에선 초당적으로 논의하는 기구를 구성한다"면서 "그런데 현재 (논의 기구 구성을) 여당이 거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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