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성]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여름이 지나고 본격적인 가을이 왔습니다.
늘 가을의 시작에는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한가위가 있어, 우리는 수확의 계절인 가을과 함께 명절을 더욱 풍성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 한가위도 우리 모두 고향을 찾아 조상들의 산소에 성묘도 하고 그 동안 그리운 가족들과 정겨운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남편을, 아버지를 혹은 자녀를 국가를 위해 나라에 내어주고 가족의 빈자리에 가슴아파하며 세월을 보낸 분들이 있습니다.
젊디젊은 나이에 한 가정의 가장인 남편을 나라에 내어주고 그 험난한 시간들을 홀로 버티며 어머니의 자리 아버지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낸 분들,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하고도 꿋꿋하게 잘 성장하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분들 등을 우리는 국가유공자 유족이라고 부릅니다.
가족 중 한사람이 아프기만 해도 집안 전체가 분위기가 가라앉고 가족들 모두가 침울해 지는데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할 아버지 그리고 남편 혹은 자녀의 빈자리는 아마도 평생을 두고 가슴으로 울어야하는 느낌일 것입니다.
그래도 그들은 만나면 말합니다. 아버지는 나라를 위해, 후손을 위해 그리고 어린 자녀들이 잘 살 수 있는 자유의 나라가 되기 위해 한목숨 바친 거라고, 어머니들은 말합니다. 내 남편이 간 길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그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유라고 말입니다.
홀로 유복자를 키우고 평생을 살아가신 한 어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나라를 위해 스스로 나가신 남편을 단 한 번도 원망한적 없다고 오히려 딸과 사위 그리고 손주들에게 사진을 보면서 자랑스럽게 얘기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덕분에 오늘날 너희들이 이렇게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고 합니다.
이제 그나마 그들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자연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후손들은 역사책에서나 그들의 활약상을 볼 수 있겠지요.
얼마나 정확하게 또 얼마나 사실적으로 듣거나 보거나 할까요?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아직도 그들을 바라봐주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줄 시간은 남아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은 한번쯤 바라봐주고 귀를 기울여 들어줘야 할 때입니다.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공감해주며 그들이 받은 아픔을 나눠야 할 때입니다.
국가보훈처에서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을 위한 여러 가지 제도가 있으며 이제 고령이신 분들을 위해 특별히 재가복지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재가복지서비스는 국가유공자 본인으로 고령이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고, 자녀가 부양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유공자들과 유족들을 매주 1~2회 방문하여 일상생활을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국가유공자 댁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유공자분들을 도와주는 분들을 보훈섬김이라고 하며, 매주 방문하다보니 친밀한 관계를 갖고 여러 가지를 살펴드리며 유공자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6․25전쟁과 월남전 참전 등 큰 전쟁을 두 번이나 겪었기에 많은 유공자분들이 있고, 보훈처의 제도를 통한 수혜만으로는 유공자분들께 미치는 손길이 매우 미약할 수밖에 없기에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얼마 남지 않는 그들의 삶에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그분들이 모쪼록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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